리더의 취미와 취향
리더의 취미와 취향
  • 영광21
  • 승인 2013.09.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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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27 - 놀이 때문에 나라를 망친 리더들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 통치자의 놀이나 취향은 대개 술, 여자, 사냥 이 세가지에 집중됐다.
그런데 이 세가지 모두 지나치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어서 통치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강한 절제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를 절제하지 못한 통치자들이 적지 않았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나라를 파멸로 이끈 통치자들의 망국적 취향들을 여러가지 소개해 후대의 귀감으로 삼게 했다.
잘 알다시피 하나라와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들이었던 걸과 주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만고에 회자되는 고사성어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폭군과 망국의 리더를 대변하는 ‘걸주’라는 오명으로 남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친 경우라 할 수 있다.


 

 

 

 

 

 

 

 

 

 

 

 

사냥에 빠져 수도를 비웠다가 정권을 빼앗긴 사례도 적지 않다. 하 왕조의 제3대 군주인 태강은 정치보다 사냥에 훨씬 더 흥미를 가진 인물이었다.
한번은 수도에서 한참 떨어진 중조산을 지나 망산을 거쳐 궁석이란 곳까지 갔다가 태강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후예의 군대를 만나 고립무원의 신세가 됐다.

간신히 빠져나와 짐심이란 곳으로 도망쳤지만 수도 안읍은 이미 후예에게 빼앗긴 뒤였다. 사냥에 미쳐 나라를 빼앗긴 경우였다.
주나라 유왕은 웃지 않는 애첩 포사를 웃기기 위해 오늘날로 말해 공습경보에 해당하는 봉화놀이에 빠졌다.

제후들은 한두번 이 놀이에 놀아났지만 정작 융적이 쳐들어 왔을 때는 아무도 유왕을 구하러 달려오지 않았다. 또 장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왕과 포사는 잡혀 죽고 나라는 유린당했다.

리더들의 독특한 취향
중국 역사상 유명한 리더들의 독특한 취향을 좀 더 알아보자.
관중과 포숙의 도움을 받아 춘추시대 최초의 패주로 천하를 호령했던 제나라 환공은 보라색 옷을 선호하는 취향이었다. 이 때문에 궁중과 도성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보라색 옷을 입으려 했고 덩달아 보라색 옷감의 값이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물가에 비상이 걸리자 환공은 바로 공개석상에서 자신은 보라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보라색 옷을 벗었다. 물가는 안정됐고 생활은 평상을 되찾았다.
역시 춘추시대 사람인 초나라 영왕은 여성에 대한 미적 감각이 특이했다. 영왕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허리에서 찾았다. 그 중에서도 가는 허리를 가진 여성을 특히 선호했다. 여기서 ‘탐연세요貪戀細腰’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탄생하는데 ‘가는 허리를 지나치게 좋아했다’는 뜻이다.

국가 최고 리더가 가는 허리의 여성을 선호하자 궁중의 여성들은 물론 장안의 여성들이 죄다 가는 허리를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 열풍에 휩싸였고 그 결과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가는 허리에 대한 집착은 굵은 허리에 대한 혐오 풍조를 부추겨 허리가 굵은 남자들까지 다이어트에 동참하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했다.

위나라 의공의 취향은 또 달랐다. 그는 사치와 향락은 물론 학을 유별나게 좋아해 많은 학을 사육하게 한 것은 물론 잘 생긴(?) 학에게는 벼슬까지 내리는 기행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서 ‘의공호학懿公好鶴’이란 고사성어가 유래됐다.

기원전 660년 다른 나라가 위나라를 침공했다. 의공은 군에 동원령을 내렸으나 군사들 상당수가 반기를 들었다. 이에 대신들은 “국군께서는 학을 좋아 하시니 학더러 적을 공격하라고 명령하시지요”라며 비꼬았고 적군은 궁궐에 난입해 의공을 죽였다.

전국시대 약소국이었던 송나라의 왕 언은 가죽 주머니에 피를 잔뜩 넣고 활로 쏘면서 ‘사천射天’, 즉 하늘을 쏜다며 기고만장했다.
포악한 정치는 덤이었다. 주변국들은 이런 언의 송나라를 ‘걸송’이라 부르며 손가락질 했고 결국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리더의 무취향은 더 문제다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보여주듯 리더의 별난 취미나 정도를 벗어난 취향은 조직에 일쑤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십상이다.
정신 건강에 좋은 건전한 취미나 취향은 그 반대로 조직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이런 별난 취양을 가진 리더보다 더 심각하고 더 큰 문제의 리더가 어떤 취미도 취향도 없이 일밖에 모르는 일 중독자인 것이다.
이런 리더는 오로지 조직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에만 몰두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십중팔구는 독선과 독재로 흘러 조직원들을 질식시킨다. 우리 주변에 의외로 이런 리더들이 많다.
조직도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의 철리를 터득한 넉넉한 유머 감각과 적당한 선을 지키는 취미와 취향은 무엇보다 조직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 자체로 조직의 활력소이자 조직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