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떠받들어야 한다
국민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떠받들어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13.09.26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당한 진통끝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국회에서 3자회담을 가졌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이 처음이라서 국민들의 기대는 그만큼 컸지만 얻은 것 없이 끝났다. 3자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결과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그러면 그렇지” 하는 낭패감만 더 쌓이고 말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일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국정원 개혁문제도 김한길 대표의 국회 특위 구성 요구에 대통령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만 국정원 개혁을 확고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에 대해 김한길 대표는 배후설을 제기하며 법무장관 등에 문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감찰권 행사는 잘한 것이며 배후설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세제개혁문제와 NLL대화록 공개 문제 등이 논의됐으나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이 끝난 후에 김한길 대표는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기대는 무망하다고도 말했다. 통상적으로 영수회담 뒤에 발표되는 합의문조차 없었다.
여야는 입만 열면 국민과 민생을 얘기한다. 말뿐인 소모적 정쟁에 국민의 피로도는 더욱 심해진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타협의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해서 국민들은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무거운 마음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연휴 뒤 돌아온 현실은 여전히 냉엄하다. 전월세값은 치솟고 민생고의 벽은 갈수록 높아 보인다. 살길이 막막한데 정치권의 갈등상도 여전하다. 민심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그 근거이다. 다행히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을 결정하면서 국회정상화의 문은 일단 열렸다. 하지만 고강도 투쟁을 천명해 여야간에 험로가 예상된다.

정치는 원래 그러려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념의 이면에는 여야 모두에 대한 분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그럼에도 여야는 스스로가 진단하는 민심이 맞다고 서로 우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역지사지의 관점이 절실해 보인다.

여당 입장에서 갈 길 바쁜데 협조를 안해주는 야당이 야속하다고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에 다름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대선결과의 정당성 훼손이고 사실상 선거불복종과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외치는 민주주의 훼손도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말이 안된다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야당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을 만났어도 요구가 수용된 게 하나도 없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을 동력으로 해 여기까지 왔는데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자숙해야 할 국정원은 결정적 국면마다 나서 정국을 꼬이게 했다. 박대통령은 오불관언(吾不關焉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즉 어떤 일에 상관하지 않고 모른 체함)이다. 대선불복종이 아니라고 거듭 천명해도 천막을 거둘 명분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인식의 차이는 현격하다. 그래서 더욱더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민생을 의식해 통 크게 내리는 결단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옳아도 민생을 생각해 져주는 것이다. 민생 때문에 기싸움을 그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힘에 겨운 국민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그리 어려운 결단도 아닐 것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가슴을 후비고 있다.

제발 국민들을 표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이 떠받들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 찬 석 / 본지 편집인oneheart@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