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통치의 절대적 기준
민심은 통치의 절대적 기준
  • 영광21
  • 승인 2013.09.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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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28 - 숙향의 득국오난

맹자는 자신의 어록이자 대화록이라 할 수 있는 <맹자孟子> ‘이루離婁’(상)에서 “걸 임금과 주 임금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들의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하를 얻는 길이 있으니 그 백성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백성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 그 마음을 얻으면 백성을 얻는다.그 마음을 얻는 방법이 있으니 하고자 하는 것을 모아서 주고 싫어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요컨대 백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라면서 그 방법으로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다양한 통로로 제공하되 원치 않는 것은 시행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회남자淮南子>(병략훈)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여러 사람을 위해 일하면 많은 사람이 돕지만 자신을 위해 일하면 사람들이 떠나간다. 여러 사람이 도우면 약해도 강해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떠나면 강해도 망할 수밖에 없다.

맹자가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공사 구별이 곧 민심을 얻는 관건이란 말이다. 민심이야말로 통치의 좋고 나쁨은 물론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다. 그래서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숙향의 ‘득국오난’
춘추시대 남방의 초나라 평왕은 속임수로 두 왕을 시해하고 자신이 왕이 된 인물이다.
즉위 후 그는 백성들과 제후들이 반발할까 겁이 나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 주변국인 진나라와 채나라의 땅을 되돌려 주고 예전처럼 그 후손을 국군으로 세웠으며 빼앗은 정나라 땅도 되돌려 주었다. 나라 안을 잘 다독거리고, 정치와 교화를 정돈했다.



당초 평왕의 아버지 공왕에게는 총애하는 아들 다섯이 있었지만 적자를 세우지 않고 귀신들에게 제사를 올려 귀신이 결정하면 그에게 사직을 맡기려 했다. 그래서 몰래 실내에다 벽옥을 묻어두고는 다섯 공자를 불러 목욕재계시켜서는 안으로 들여보냈다.

훗날 강왕이 되는 맏아들은 벽옥을 뛰어넘었고 영왕이 되는 둘째 위는 팔로 벽옥을 눌렀으며 자비와 자석은 벽옥에서 멀리 떨어졌다. 당시 가장 어렸던 평왕 기질은 다른 사람 품에 안긴 채 절을 했는데 벽옥의 한 가운데를 눌렀다.

결과적으로 강왕은 장자로 즉위했으나 그 아들에 이르러 자리를 빼앗겼고 위는 영왕이 됐으나 시해당했고 자비는 열흘 남짓 왕 노릇을 했고 자석은 왕위에 오르지도 못하고 모두 죽임을 당했다.
네아들이 모두 후손이 끊어졌다. 유독 기질만이 훗날 자리에 올라 평왕이 돼 초의 제사를 이어갔으니 마치 신의 뜻에 부합한 것 같다.

영왕이 시해당한 뒤 공자 자비가 진나라에서 돌아와 오자 한선자가 숙향에게 “자비가 성공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숙향은 “못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선자가 “저들이 같은 증오심을 가지고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 같은데 어째서 안 된다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숙향은 이렇게 대답했다.

“함께 어울려 잘 지내는 사람도 없는데 누구와 함께 미워합니까? ‘나라를 얻는 데는 다섯 가지 어려움(득국오난得國五難)’이 있습니다.
총애하는 자는 있는데 인재가 없는 것이 그 하나요, 인재는 있는데 지지 세력이 없는 것이 그 둘이요, 지지 세력은 있는데 책략이 없는 것이 그 셋이요, 책략은 있으나 백성이 없는 것이 그 넷이요, 백성은 있으나 덕이 없는 것이 그 다섯입니다.”

그러면서 숙향은 자비가 진에서 13년을 있었지만 그를 따르는 자들 중 학식이 넓고 깊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인재가 없다는 것이고가족은 없고 친척은 배반했으니 지지세력이 없다는 것이며 기회가 아닌 데도 움직이려 하니 책략이 없다는 것이고 종신토록(국외에) 매여 있었으니 백성이 없다는 말이며 명하고 있는 데도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않으니 덕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절대 권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득국오난이 함축하는 의미
숙향의 ‘득국오난’은 비단 자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물론 모든 정치가와 통치자가 귀담아 들어야 할 지적이다.
국정을 끌어갈 인재, 정책과 권력 기반을 지지해주는 세력, 국정에 대한 원대한 책략, 백성 그리고 덕이

갖춰져야만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정치적 상황과 통치자의 모습을 숙향의 ‘득국오난’에 대입시켜 찬찬히 곱씹어 보자.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