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내 할 일을 마치고 벼가 다 무르익기만을 기다리는 농촌마을에도 조금의 여유가 흐른다. 이날 찾은 불갑면에 위치한 용산리경로당(회장 정웅모 사진)에도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한 방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무척 밝다. 추석명절을 바로 앞두고 방문해서 그런지 고향집을 찾을 자녀들과 손자손녀를 기다리는 설레임도 묻어있다.
“우리 경로당은 다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이 자랑이여. 저 양반이 99세나 잡쉈는디 어디 그렇게 보이는가?”
경로당 회원들은 한 어르신을 가르키며 경로당에 유별나게 장수하는 회원이 많다고 자랑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100살에 가까운 회원이 2명이나 됐다고.
정웅모(83) 회장은 “아마 우리 마을 경로당이 주변의 다른 마을보다 훨씬 먼저 생겼을 것이여”라며 “경로당 옆으로 이렇게 멋진 느티나무도 있고 쉼터로는 딱 좋다”고 자랑한다.
얼마 전부터는 이곳 경로당 앞까지 농어촌버스가 들어오도록 노선이 확장돼 경로당이 쉼터이자 버스정류장 역할도 하게 됐다.
한 어르신도 “양 손에 짐이라도 들면 버스타기가 영 사나웠는디 여기 마을 앞까지 버스가 와서 돌아 나간께 참말로 좋제”라며 환하게 웃는다.
조영미 이장은 “예전에는 저기 멀리까지 마을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로 나갔는데 이제는 버스가 마을 앞까지 오니 정말 좋아 하신다”고 자랑한다.
용산리경로당의 회원은 30여명으로 날마다 모여서 식사하기에는 딱 적당하다.
경로당 회원이 모두 마을주민일 정도로 아담한 마을에서 오순도순 한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용산리경로당이 자리한 마을 뒷산이 마을을 빙둘러 감싸고 있어 용뫼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느껴지는 아늑함 때문인지, 회원들간의 가족같은 친근함 때문인지 용산리경로당은 친구처럼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용산리경로당 <불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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