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형님, 동서지간인디 한 가족이나 다름없지”
“다 형님, 동서지간인디 한 가족이나 다름없지”
  • 영광21
  • 승인 2013.10.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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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경로당<법성면>

법성면 삼미경로당(회장 황형선)으로 가는 길. 삼당리까지는 이정표를 보고 잘 찾아갔는데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가다보니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다 마침 밭에서 일하고 있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이들은 삼미경로당이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분주한 일손을 멈추고 길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반갑게 인사를 덧붙힌다.

“신문사에서 왔어? 우리들 다 삼미 사람들인디 오늘 이장이 신문사에서 온다고 했는데 다들 일하러 오느라 경로당에 못갔어. 여기 온 김에 사진하나 찍고 가~.”
삼미경로당은 법성면 삼당리의 삼미마을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마을회관 겸 어르신 사랑방이다. 15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가운데 자리한 경로당에는 연로하신 어르신 몇 명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미경로당은 원래 마을회관이 있던 자리에 마을자금을 모아 땅을 구입하고 신축했다. 경로당 한쪽 벽면에 걸린 조그마한 나무판에는 물품과 자금을 희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정성스럽게 적혀있다.
경로당 회원은 20여명으로 평균연령이 70대 이상이다.

황병태 이장은 “예전에는 사람이 많이 사는 꽤 큰 마을이었는데 다 외지로 나가서 마을이 조용한 편이다”며 “요즘은 한창 가을걷이로 바쁠 때라 70대라도 다들 논밭에서 일하기 때문에 마을이 한산하다”고 말한다.

삼미경로당은 전형적인 옛 시골마을의 정취가 난다. 삼미마을은 예로부터 부자마을로 알려져 있다. 마을이 산에 빙 둘러싸여 있는데 여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다른 마을에서 “삼미에 가면 쌀밥을 실컷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당시 처녀들은 서로 삼미마을로 시집을 오고 싶어 했다고.

삼미마을은 황씨가 자자일촌을 이루며 살고 있어 경로당 회원 대부분이 서로 형님, 동서라 부르는 가까운 친인척관계다. 그래서 더욱 서로 허물없이 지내고 한가족이나 다름없이 산다. 겨울이면 뜨끈뜨끈한 경로당에 날마다 모여 점심저녁을 함께 한다.

어르신들의 주요 화제는 특별할 것 없는 서로의 건강과 안부가 전부이지만 서로에게 벗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래서 어느 집 형님네가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등을 경로당 회원 모두가 빠삭하게 알고 있다.

삼미경로당 회원들은 다른 경로당보다 규모는 작지만 주변의 도움 등으로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있다.
황 이장은 “굴비골농협과 한수원 등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기증하는 등 경로당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어르신들이 이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