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대대로 보존해야 할 소중한 우리 것이여~”
“한글은 대대로 보존해야 할 소중한 우리 것이여~”
  • 영광21
  • 승인 2013.10.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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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례<한글날 공휴일 지정 청원운동가>

“그때만 해도 빨랑빨랑하게 건강했던 가봐. 당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으샤으샤 하고 그랬지~”
영광지역에서 ‘한글날 할머니’로 알려진 신공례(76) 어르신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못내 아쉬운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글날이 올해부터 다시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을 이야기하자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그동안의 무용담(?)을 술술 풀어낸다.

신 어르신은 올해 한글날이 20여년만에 공휴일로 재지정 되기까지 일흔의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신 어르신은 “뒤늦게 읍사무소에서 컴퓨터를 배웠는데 이때 한글날이 국경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공휴일로 지정해 우리가 소중한 한글의 의미를 다시 알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래야 자라나는 아이들도 배우고 한글날의 의미를 알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그래서 컴퓨터교실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한글과 그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수집하고 공부해 청와대, 문화부장관 등에게 한글날 국경일 재지정을 호소하는 메일을 수차례 보낸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나라는 국경일이 너무 많고 경제활동 등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고. 그러자 신 어르신은 또 답장을 하고 답변이 오면 또 답장을 하고를 수차례 반복했다.

신 어르신은 “경제가 옹삭하다고 그것이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못할 핑계가 될 수 없다”며 “청와대 답변서에 ‘신공례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부르기에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5남매의 어머니고 손자 10명의 할머니일뿐인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인데 한글의 소중함은 알고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또 영광지역에서 주민들의 서명을 직접 받아 이를 제출하기도 하고 추위에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기도 할 만큼 열정적으로 공휴일 재지정 운동을 펼쳤다.

신 어르신은 “나 한사람이 떠들고 민원을 제기한다고 한글날이 바로 국경일이 될 리 없지.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글의 중요성과 국민들의 바람을 전하고자 열심히 한 것이지”라며 “이렇게 빨리 될지 몰랐는데 올해부터 공휴일로 재지정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신 어르신이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을 위해 발로 뛴 3년간의 기록 앞에 부끄러워진다. 그녀의 모습이 언제나 당연해 소중함을 몰랐던 한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