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재 기용과 관련해 많은 이론들이 나타났고 그 이론들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인류는 인재 기용과 관련해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인재 기용과 관련해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생생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인재의 기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를 일깨운다.
중국은 역대로 인재 기용에 있어서 변치 않는 철칙들이 몇가지 전한다. 예를 들어 ‘의심스러우면 기용하지 말고(의인불용疑人不用), 기용했으면 의심하지 말라(용인불의用人不疑)’는 원칙 같은 것이다. 또 ‘원수라도 필요하면 기용하라’는 아주 특별한 원칙도 있다.
먼저 과거의 감정을 버리고 원수를 발탁해 성공한 인재 기용의 사례를 보자.
원수를 기용한 사례는 <사기>에 앞서 <좌전左傳>이란 춘추시대의 기록에도 보인다. 기원전 6세기 진나라 도공 때 중군위라는 벼슬에 있던 기해라는 인물이 은퇴할 때가 되자 도공이 그에게 후임자를 물색해 놓고 퇴직하라고 했다. 이에 기해는 해호라는 인물을 추천하는데 놀랍게도 해호는 기해와는 원수와도 같은 사이였다. 그런데 해호가 취임을 앞두고 급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도공은 다시 기해에게 후임자를 추천하게 했고 기해는 또 한번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자기 아들 기오를 추천한 것이다.
원수라도 필요하면 기용한다
사마천도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기해는 공정했다. 외부에서 인재를 추천하면서 적이라 해서 피하지 않았고 내부에서 인재를 선발함에 인척이라 해서 피하지 않았다.”(권39 진세가)
여기에서 유명한 ‘외거불피구(外擧不避仇), 내거불피친(內擧不避親)’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유능한 인재라면 ‘원수라 해서 피하지 않고 인척이라 해서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환공은 자신을 쏘아 죽이려 했던 원수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했다. 그렇다면 인재 기용과 관련해 대체 원수조차 중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관중과 포숙은 젊어서부터 절친한 친구로 지냈지만 두사람은 서로 다른 주인을 모셨다. 포숙아는 양공의 셋째 동생의 아들인 소백(훗날 환공)을 보좌했고 관중은 양공의 둘째 동생의 아들인 규를 보좌했다.
기원전 686년 양공이 반란의 와중에 장수에게 살해당하자 규와 소백은 국군 자리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규의 외가인 노나라는 군사를 동원해 규를 서둘러 제의 수도 임치로 돌려보내는 한편 관중에게 먼저 기동대를 이끌고 소백이 머물렀던 거로 보내 거와 제의 교차지점에서 소백의 진로를 막게 했다. 소백과 포숙아는 군사와 수레 100대를 거느리고 밤낮없이 제나라 도성 임치로 향하던 도중 관중 일행과 마주쳤다.
서로 다른 주군을 둔 관중과 포숙
관중은 몰래 소백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소백의 가슴을 맞혔고 소백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관중은 소백이 죽은 줄 알고 서둘러 되돌아가 규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나 공교롭게 관중이 날린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를 맞추었고 이 덕에 소백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소백은 순간 기지를 발휘해 화살에 맞은 척해 관중을 현혹시켰던 것이다. 결국 소백은 규를 앞질러 임치에 도착해 국군의 자리에 오르니 그가 바로 제 환공이다.
속임수에 넘어갔음을 알게 된 관중은 노국의 군사를 이끌고 제를 공격했으나 패했다. 승리한 환공은 공자 규의 처형과 관중의 압송을 요구했고 노국은 하는 수 없이 관중을 제로 압송시켰다.
제 환공은 자신을 쏜 이 원수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관중을 태운 압송 수레가 제국의 국경에 도착하자 그의 절친한 친구인 포숙아가 그를 맞이하러 나왔다. 그런데 참으로 뜻밖에 포숙아는 호화로운 수레를 가지고 와서는 정중한 예로 관중을 모시는 것이 아닌가!
실은 이보다 앞서 포숙아는 이미 환공에게 관중의 죄를 사면하고 그를 요직에 발탁할 것을 요청했다.
포숙아는 관중은 재능이 뛰어난 인재인데 단지 서로의 길이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자신이 관중에 미치지 못하는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요소를 들어 환공을 설득했던 것이다.
원수를 재상으로 발탁한 제 환공
하나, 백성에게 은혜를 베품에 그만 못합니다. 둘, 나라를 다스림에 공평함이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셋, 신의를 지켜 여러 제후를 포용함이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넷, 법을 정해 천하가 실행하게 함에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다섯,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어 백성들의 사기를 진작시킴에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리고 포숙아는 “국군께서 이 나라 하나를 다스린다면 고혜와 이 포숙아 둘이면 충분하지만 만약 천하의 패자가 되시고자 한다면 관중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관중을 얻는 나라는 어느 나라가 됐건 초강국이 됩니다. 따라서 그를 잃어서는 절대 안됩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하고 자신은 그를 보좌하는데 만족한다고 했다.
포숙아의 간곡한 요청을 들은 환공은 깊은 원한을 풀고 관중을 기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재상이란 막중한 자리에 오른 관중은 제국과 환공을 위해 일련의 개혁정치를 단행했고 그 결과 관중은 “제 환공이 아홉 제후를 통합해 패자가 돼 천하를 다스리니 관중의 공로가 크다”는 평을 듣게 됐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