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신념”
“언제나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신념”
  • 영광21
  • 승인 2013.10.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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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 / 모범노인 표창 수상자

“나는 그날 느닷없는 기습공격을 받았어. 그저 옷을 깨끗이 입고 오라고 해서 갔는디 그렇게 큰 상을 받았지 뭐야.”
얼마전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모범노인으로 도지사 표창을 받은 백수읍 장산리 장산경로당 조병옥(84) 회장의 말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라 고구마를 캐다 왔다며 흙이 잔뜩 묻은 옷을 입고 나타난 조 회장은 군복무시기를 제외하면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장산리 토박이다.

조 회장이 상을 받게 된 것은 10여년 동안 장산경로당의 회장으로 경로당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주민화합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장산경로당은 장산1리 여자어르신들을 제외한 1·2·3리 주민들이 모두 이용하고 있는 경로당이다. 이 때문에 회원수도 60여명으로 규모가 제법 크다. 조 회장이 처음 회장을 맡은 10여년 전에는 회원이 130여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나도 잘 모르겠다”며 빙그레 웃는다. 지금까지 누가 조 회장을 추천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조 회장은 “읍사무소에서 노인의 날 기념행사를 한다고 옷을 깔끔하게 입고 오라고 해서 식사대접이나 하나보다 생각하고 갔는데 행사장 맨 앞쪽에 앉으라고 했다”며 “그래서 상을 받는 순간까지도 모르고 있다가 상을 받아 주변에 알리지도 못했을 뿐더러 꽃다발도 하나 준비 못했다”고 말하며 아직도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웃는다.

이어 “아마 군대생활하면서 배운 습관대로 ‘내 앞에 부정은 없다’는 신념으로 경로당 살림을 꾸린 것이 높게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그 버릇이 어디 가겠냐”고 말한다.
장산경로당은 1년에 4번, 분기별로 경로당 운영내역을 빠짐없이 정리해 회원들에게 보고하는 결산회의를 개최한다. 결산회의는 조 회장이 살림을 맡고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나 된 셈이다. 이렇게 알뜰하고 투명하게 살림을 해 지난 2006년에는 군청의 지원으로 경로당 건물을 신축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이면 임기를 다 채우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기억력이 쇠퇴해 경로당 살림을 맡기에는 무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조 회장은 “전부터 내 놓으려고 했는데 회원들의 만류로 어쩔수 없이 하다보니 벌써 10년째다”며 “기억력이 갈수록 감소해 혹여나 경로당에 폐를 끼칠까 싶어서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젊은 사람에게 회장을 맡길 생각이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보다 행여나 경로당에 폐를 끼칠까 우려하는 조 회장의 마음씨 역시 도지사 표창감이다는 생각이 든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