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남자 안 부럽게 똑 부러지고 착실한 우리 이장”
“열 남자 안 부럽게 똑 부러지고 착실한 우리 이장”
  • 영광21
  • 승인 2013.10.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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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 영광읍 녹사3리 조재순 이장

영광읍 녹사3리(이장 조재순) 20여명의 마을주민들이 한 식당에 둘러앉아 싱글벙글이다. 이어 젊은 신랑신부가 식당에 들어오자 “아이고, 예쁘다. 축하한다!”고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전한다. 이들은 얼마전 결혼한 조재순(58) 이장의 아들과 며느리이다.

조재순 이장은 “우리 아들 을 결혼시키는데 마을주민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오늘 제가 특별히 저녁식사를 대접하게 됐네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곤 아들에게 ‘어른들에게 술 한잔씩 올려라’며 성화다.
조 이장은 올해로 9년 가까이 마을의 이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그녀는 함평 손불 출신으로 영광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영광지역과 인연을 쌓았다. 슬하에 1남3녀를 둔 조 이장은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꿋꿋하고 당차게 살아온 영락없는 여장부다.

현재 영광군여성이장단장을 맡고 있고 마을 부녀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어 지난 2011년에는 여성복지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로 영광읍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녹사3리는 근형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가 속해있어 600여명의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사람부터 직장인까지 마을주민들의 생활모습도 다양하다.

조 이장은 “본래 마을에 아파트단지가 있으면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 이장으로서 어려움이 많은데 녹사3리 주민들은 협조가 잘되는 편이다”며 “그래도 가끔씩 세금 등을 받으러 다닐 때면 아파트 주민들이 문을 잘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마을을 위해 협조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조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회관이 없어서 주민들이 한번 모이려고 하면 어려움이 많다”며 “시정이 있긴 한데 겨울철에는 추워서 회관 건립이 주민들의 오랜 소망이다”고 강조한다.
회관을 건립할 수 있는 부지도 마땅치 않고 또 행정기관에서 신규회관 건립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많은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한 마을주민은 “녹사3리는 마을주민도 많은데 마을회의조차 할 공간이 없어서 조 이장 집 등에서 모이고 있다”며 “행정기관에서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조 이장은 9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마을을 위해 일하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녹사3리 부녀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곳이 비록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마을의 살림을 살피고 가꾸며 녹사3리 사람이 다 됐다.

마을주민들도 홀로 자식을 키우며 사는 조 이장을 위해 때론 엄마가 되고 언니가 돼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아들을 결혼시키고 주민들에게 대접하는 식사에도 조 이장의 고마운 마음이 가득 담겼다.

조 이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장직을 최대로 맡을 수 있는 임기가 종료된다. 영광군조례가 이장 임기를 최대 9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이장은 “아직도 마을을 위해 할 일이 많은데 그만둬야 하니 조금 아쉽다”며 “다음 이장이 선출되면 그 분께서 더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조언을 해 줄 생각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