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와~ 길을 못 찾아서 터덕거렸어?”
어렵게 찾아간 백수읍 대신리 대초경로당(회장 박판희 사진)에 모여있던 회원들이 문을 활짝 열며 반갑게 맞는다.
대초경로당은 대신리의 대초마을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사랑방으로 대신리의 제일 첫 마을이라고 해서 대초라고 이름 붙여졌다.
마을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회원은 20여명에 불과한데 모두 형님, 동서라 부르는 가깝거나 먼 친인척관계다.
박판희 회장은 “우리 마을은 예로부터 함양박씨가 자자일촌 사는 곳이라 전부다 박씨고 전부다 친척이여~”라고 자랑한다.
대초경로당 건물은 20년이 넘는 역사를 회원들과 함께 해 왔다. 부지는 마을자금으로 구입해 군청의 지원을 받아 건립됐다. 그런데 다른 경로당과 다르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자와 여자화장실이 각각 따로 있다는 점이다.
한 회원은 “그럼 남녀가 화장실도 각각 써야지 같이 쓴당가? 급하면 어쩔란가는 또 모르지”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경로당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1년 정기회의를 개최한다. 평소에도 겨울이면 거의 날마다 모이지만 회의날이면 회원이 모두 모이는 날이다.
박 회장은 “이제 가을도 거의 다 넘어갔으니 여기서 날마다 밥 해먹을 날이 얼마 안 남았네”라며 “아주머니들이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반찬을 나눠 먹으며 겨울을 따뜻하게 나고 있다”고 소개한다.
겨울에 주로 많은 회원들이 모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연로한 어르신들은 사랑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대초마을 앞에는 바다가 있고 뒤에는 들이 있어서 바다일과 밭일을 모두 하느라 많은 마을주민들이 항상 바쁘다고.
한 회원은 “농사일도 추수가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야. 뒷거리가 얼마나 많은디. 콩도 두드려야 하고~”라며 바쁜 농촌의 하루를 전한다.
그래서 방문보건서비스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하는 것이 경로당 회원들의 바람.
박 회장은 “옛날에는 보건소에서 다니면서 진료도 많이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멀리 보건진료소까지 가야하는 점이 불편하다”며 “교통편도 많지 않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서 자주 보건소에서 방문해서 건강 체크 등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마을에서 옆집 건너 가까운 친척이거나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낸 덕분에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항상 누구네 소식을 궁금해 하고 꿰뚫듯 다 알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