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다 언니고 동생이고 사이가 좋제”
“회원들이 다 언니고 동생이고 사이가 좋제”
  • 영광21
  • 승인 2013.11.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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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경로당<군서면>

부쩍 싸늘해진 날씨에 몸이 절로 웅크려진다. 군서면 덕산2구 상하경로당(회장 한덕순)도 갑작스런 추위에 겨울채비를 미처 못한 탓인지 썰렁하지만 경로당 안에 퍼진 고구마 삶는 냄새가 정겹다.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져서 이제 따숩게 불 좀 넣어야 되것네. 추워서 그런가 사람들도 집에서 안 나와~”

이곳 덕산2리에는 상하경로당과 상하노인정이 있는데 경로당은 여자어르신들이 이용하고 노인정은 남자어르신들만이 이용하고 있다.
상하경로당은 본래 소매이경로당으로 불리다가 이름을 바꿨다. 마을의 모양이 소가 누워있는 것처럼 생겼다 해서 ‘소매이’로 불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인근 지역에서 산 주민들은 아직도 덕산2리를 ‘소매이’라 부르기도 한다.

상하경로당은 2002년 행정관청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마을주민들의 희사금으로 건립돼 4계절 내내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자 소식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겨울에는 경로당의 아랫목에 앉아서 따뜻하게 지내지만 여름이면 경로당 입구에 자리한 시정에서 시간을 보낸다. 시정은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 쉼터로 이용되기도 하고 말린 고추를 손질하고 담는 등의 마을주민들이 다같이 모여 일을 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회원은 20여명으로 식사도 함께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다.

한 회원은 “회원이 다 오면 경로당이 꽉 찬디 다들 아프고 일도 있고 그런게 한번에 다 보기는 힘들다”며 “추위가 매서워도 지금이 한창 메주 띄우고 서리태를 수확할 때라 젊은 사람들은 아직 바쁘다”고 말한다.
상하경로당에서는 보건소 등에서 실시하는 건강교실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어 회원들의 건강관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여기저기 아프긴 하지만 회원들이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과 어디에 무슨 일로 갔는지 등을 줄줄 꿰고 있는 것이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한덕순 회장은 “겨울이면 하루종일 맛있는 음식도 해 먹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며 “오랫동안 한 마을에서 같이 늙어 온 사람들이라 다 언니고 동생이고 사이가 돈독하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경로당에는 회원들이 이용할 마땅한 운동기구가 없어 불편함도 크다. 80세에 가깝거나 넘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건강유지에 대한 욕구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우리 마을주민과 경로당 회원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경로당 앞마당이나 가까운 곳에 운동기구가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고구마가 다 익었는지 냄새가 더욱 구수해졌다. 상하경로당 회원들이 올 겨울 뜨거운 고구마처럼 따뜻한 겨울 보내길 바래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