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농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 영광21
  • 승인 2013.11.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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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만 / 전 영광군농민회장

어느덧 1년중 농촌이 가장 한가한 계절이 나는 겨울의 문턱이지만 김용만(66) 전농민회장은 오늘도 바쁜 아침을 맞았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그는 천상 부지런한 농사꾼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영광군농민회장을 맡았던 그는 농민회가 창설되기 전부터 한국카톨릭농민회 소속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영광읍 와룡리에서 태어나 군대 전역 후 가업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카농에서 활동하던 친구의 권유를 받아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김 전회장은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 농사꾼들이 일한만큼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에 매료돼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며 “당시 5·18민주화운동 직후라 농민운동가에 대한 단속도 매우 심한 암울한 때였지만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고 회상한다.

김 전회장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검문을 피해 광주를 오가던 당시를 회상하며 “젊은 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앞이 캄캄했다”고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하지만 고생에도 불구하고 주장했던 수세폐지, 농지세폐지, 지방자치제도 시행, 대통령직선제 시행 등이 이뤄져 돌아보면 보람도 크다고.

김 전회장은 “우리가 농민운동을 할 때 ‘왜 가능하지 않은 쓸데없는 일을 하냐’고 비웃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생했던 만큼 정책제안을 통해 타결한 것들도 많다”며 “요즘은 농촌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농민들 스스로가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어려운 때라지만 농촌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농사를 짓는데 쓰는 농자재나 기름값 등은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쌀값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을 위한 기초농산물수매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다.


김 전회장은 “정부에서는 쌀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쌀값이 오르려고 하면 수입쌀이나 공공비축미를 풀고 농민들에게는 싼 값에 쌀을 사들이고 있다”며 “그럴거면 차라리 정부에서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에 농산물을 사고 값이 올라가면 푸는 등의 기초농산물수매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전국의 농민들이 쌀값 현실화와 기초농산물수매제 도입을 요구하는 전국농민대회가 열린다.
이날 김 전회장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가할 계획이다.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내 일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저 농민들이 땀 흘린 만큼만 대우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를 이것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부로 살아온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