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촛불시위 영광으로 점화
여중생 촛불시위 영광으로 점화
  • 영광21
  • 승인 2002.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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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300여명 참여, 매주 토요일 추모시위 계획
영광지역 여중생사망사건 추모 물결


양키군대가 저지른 만행을 어찌 입에 다 담으랴∼ ♪
조선민족의 이름으로 이젠 끝장을 내리라
몰아내자 몰아내자 주한미군 몰아내자 ♬

지난 7일 오후 4시경 영광읍 가든예식장 앞에는 300여명의 참가자들이 '주한미군 철거가'를 함께 배우고 부르며 두 여중생 추모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그들은 가슴속에 분노를 담아 효순이와 미선이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엄마를 따라온 빨간옷의 아이도 있었고 교복을 입은 중·고생도 있었습니다.

겨울맞이를 준비하는 농민, 휠체어에 몸을 내맡긴 장애우, 효순·미선이와 같은 또래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종교를 초월한 원불교, 천주교, 불교 관계자들, 국적을 넘어 애도를 표하는 외국인 그리고 부시공개 사과! 소파 전면 개정!이란 구호에 저민 가슴 애둘러 두손 굳게 뻗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 미군범죄 사진전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바삐 서명 용지에 손을 옮기는 사람, 모금함에 작은 정성을 담는 사람….

추운 날씨를 뒤로하고 미국규탄·미선이효순이 추모행렬에 영광군민은 하나 되고 있었습니다. "미선아 효순아! 장갑차 궤도 밑에 외마디 소리 한번 못하고 스러져 간 누이야 안녕…. 그러나 너희는 살아서 이렇게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구나. 천국에서 편히 쉬렴. 우리들이 너희 꿈 이뤄주마∼"하고 부르짖는 두 학생의 하늘에 부친 편지는 어느덧 참가자들의 눈물되어 두 볼을 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채 꽃 피우지 못한 어린 영혼을 닮은 흰 국화송이들은 미선이·효순이 영전 앞에 조용히 놓여졌습니다.

학생, 농민·종교단체, 여성 등을 대표해서 내 쏟은 자유발언이 있었습니다. 각기 표현은 달랐지만 미선·효순이의 원한은 살아남은 자들이 풀자고, 그렇게 하기 위해 부시사과 SOFA개정 살인미군처벌 주한미군철수를 꼭 이루자고 입이 아닌 가슴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염원 온 영광땅에 퍼지고 닿을 수 있도록 손과 손에 촛불을 들고 행진을 했습니다. 터미널을 지나 기독병원을 지나 사거리를 지나 실내체육관으로 향하는 길에 촛불의 수는 더욱 늘었고 하늘에 별빛 서린 촛불은 영광의 밤거리를 수놓았습니다.

영광에서 타오른 촛불시위를 보면서 거대한 힘을 느꼈습니다. 전국 35개 지역에서 일제히 열린 시위 그리고 오늘 영광군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멀리 4·19와 87년 6월 항쟁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민주를 넘어 자주적인 나라로 나아가는 이땅의 미래를…

멀고 힘들겠지만 싸워서 이기고 싶습니다. 오는 토요일 더 많은 영광군민들이 함께 했을 때 "조지부시는 사과하고 살인미군 처벌하라"는 구호가 현실로 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넋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