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자 손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내 손자 손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지”
  • 영광21
  • 승인 2013.12.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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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호 어르신 / 교통안전지킴이

아침 7시. 영광초등학교앞 도로에서 빨간지시봉을 들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다. 만약 지시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가 있다면 운전자에게는 그의 무서운 불호령이 떨어진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데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단호한 그 앞에서는 어떤 핑계거리도 얄짤없다. 영락없이 무서운 할아버지인 그는 매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교통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노영호(73) 어르신이다. 노 어르신은 영광군에서 실시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3년전부터 영광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시봉을 휘두른다.

영광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어르신 덕분에 안심하고 학교에 보낸다”고 말할 정도.
노 어르신은 “2남1녀가 결혼해 손주들이 많은데 다들 내 손자손녀 나이 또래이다 보니 더 마음이 쓰이고 열심히 하게 된다”며 “지시에 따르지 않는 차량도 종종 있는데 학생들이 내 자식이다 생각하면서 안전운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강직한 그의 성품은 월남전쟁에 참전해 군대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었다. 또 40여년간 대형트럭을 운전한 경험이 교통의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하는데 도움이 된다.
노 어르신은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유명인사다. 똑 부러진 교통안전지킴이 역할을 해내는 것 외에도 노 어르신에게 어떤 일을 맡기면 확실하게 해 낸다는 것.

영광읍 도동리의 한 경로당에서 총무를 맡고 있기도 한 노 어르신은 항상 솔선수범해 경로당을 청소하고 고장이 난 곳 등을 수리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또 요리도 제법 잘해서 남자어르신들만 이용하는 경로당임에도 종종 밥을 해서 먹거나 안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노 어르신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집에서도 이렇게 집안일을 잘 돕냐”는 질문에 “에이, 할멈이 있는데 내가 왜 해~”라며 한바탕 웃는다.
환하게 웃는 노 어르신의 모습에서 엄하지만 손자손녀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한 우리네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진다.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는 언제나 인자했지만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나무랐다. 노 어르신도 손자손녀를 보는 마음으로 3년동안 지켜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노 어르신은 “3년동안 방학기간을 빼면 거의 매일을 학생들을 봐 왔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른에게 인사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며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어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건넨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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