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년
김갑예
사랑 한줌에
목이 마른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세월이 안다
가끔은 누군가도
올것만 같은
착각도 인다
아무리 흔들려도
천리 만리 넘나들어도
울타리 안이다
아들, 딸, 남편이
스크럼을 짜고 앉아있다.
올해 54세로 이제 중년의 고개를 넘은 김갑예(54)씨가 적은 시다. 아무런 이유없이 왠지 모를 허무함과 외로움에 사로잡히곤 한다는 중년여성들의 먹먹함이 느껴진다. 별다른 미사여구 없이도 담백한 표현이 오히려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때문인지 지난 7일에는 전라남도문인협회가 주최한 제26회 전남 여성백일장에서 입상하는 기쁨을 안기도 했다.
그런데 순진한 얼굴로 해맑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녀가 중년여성의 외로움을 시로 표현했다니 언뜻 믿기지 않는다. 말하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그녀가 이토록 먹먹한 글을 썼다니 의아하기까지 하다.
김씨는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썼을 뿐이다”고 짧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법성면에서 오랫동안 남편과 함께 굴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1남3녀를 둔 평범한 학부모이다.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보이는 종이나 수첩 등에 간단하게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가 시를 배운 것은 불과 몇달 전의 일.
김씨는 “정형택 영광문화원장께서 시와 수필을 배우는 문학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지역신문에서 접하면서 시를 배우게 됐다”며 “그 기사를 접했을 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고 꿈꾸는 듯 회상한다.
평소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는 등 글 쓰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골에서 체계적으로 문학에 대해 교육받을 수 없었던 터라 문학교실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기사가 더욱 반가웠다.
김씨는 “정형택 선생님의 재능기부를 통해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며 “내년에는 2기 수강생도 모집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시와 수필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그녀는 영광교육청에서 실시한 학부모 상담교육을 받고 법성중에서 매주 학생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항상 “꿈이 있어야 한다”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녀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꿈에도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