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법 내리는 함박눈으로 사방이 고요하던 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기까지 한 백수읍 대전1리도 함박눈과 어울려 겨울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대전1리는 가동, 묘동, 유동 등 3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는데 1년 농사를 마무리 짓고 마을회관에 모인 마을주민들에게서 한가로운 여유가 깃든다.
대전1리의 묘동마을회관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 가운데 만난 김동현(77) 이장.
김 이장은 “내가 백수읍 이장들 가운데 제일 나이가 많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는 2년 전부터 마을살림을 맡아 꾸려오고 있다.
백수읍 이장단중 최고령일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적잖은 나이어서인지 마을주민들과도 더욱 스스럼없어 보인다. 이곳이 고향이지만 젊은 시절 20년 넘도록 타지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 이장은 고향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날은 김 이장이 시장에서 문어를 사온 날이어서 전화로 “소주 한잔 하자”고 마을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막 데쳐낸 문어를 한상 가득 차려놓고 빙 둘러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대전리는 큰 ‘대’와 밭 ‘전’자를 쓰는데 그만큼 넓은 밭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이장은 “마을 앞으로 마치 논처럼 드넓은 밭이 많아서 대전리라고 이름지어졌다”며 “그래서 마을주민들이 고추나 콩 등 밭작물을 많이 재배하는 편이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비옥하고 넓은 농토를 가진 덕분인지 마을주민들의 순박한 점이 마을의 자랑이기도 하다. 큰 규모의 마을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많아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것.
그러나 대전1리는 인민군의 주둔지로 사용됐던 갓봉의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어 6·25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김 이장도 당시 친누나와 큰 형을 잃었다.
김 이장은 “전투가 한창이던 때 이불과 옷가지만 간단히 싸들고 피난을 다녀오니 키우던 소도 다 잡아가고 불에 타 없어진 집도 많았다”며 “그래도 이를 극복하고 집을 새로 짓고 열심히 일해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고 자랑한다.
전쟁후 지어진 조금 오래된 집들이 많은데 마을주민들은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는 전부 수리를 해서 어느 호텔 부럽지 않게 좋다”고 자랑한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김 이장은 거의 매일 읍사무소를 오가며 마을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묘동마을의 좁은 마을길을 확장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확보하고 계획이 세워졌으나 현재 길 인근의 땅 소유자와 의견차로 사업이 정체돼 있는 상태다.
김 이장은 “마을 안길이 좁고 바로 옆이 낭떠러지라 길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며 “토지 소유자가 마을주민들을 위해 조금 양보해 주면 좋겠고 행정관청에서도 하루빨리 공사가 진행되도록 신경써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을을 위한 그의 마음
“이장으로 일하는 동안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한가지 일은 꼭 하겠다는 각오로 일한다”고 말하는 김 이장.
그는 이미 지난 2년동안 인근 하천의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도록 백방으로 노력하는 등 각오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