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죽 한그릇은 먹어야 한 살 더 먹지. 그냥은 나이를 못 먹어.”
제법 큰 그릇에 뜨거운 김이 나는 죽을 한그릇 받아놓으니 한 어르신이 덕담처럼 건넨 말이다. 예부터 동짓날 액운을 막기 위해 팥죽을 먹었다고 하니 한그릇을 다 비워야 내년에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영광읍에 일을 보러 갔다가 조금 늦게 회관에 도착한 최성춘(70) 이장의 앞에도 이내 팥죽 한그릇이 놓였다.
최 이장은 “우리 마을처럼 사이가 좋고 단합이 잘 되는 마을이 없다”고 자랑한다.
이곳 매산2리가 고향인 그는 칠십 평생을 농군으로 우직하게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슬하에 2남4녀를 둔 그는 “얼마 전 자식들을 보러 10일 동안이나 서울에 있긴 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매산2리는 백동, 외방 2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으며 모두 80여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마을 바로 옆에는 방마산이 있는데 이 산을 기준으로 매산2리에는 외방마을이, 매산1리에는 내방마을이 있다.
매산2리의 가장 큰 자랑은 10여년전 건립된 마을회관 겸 경로당에 1년 내내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을주민들간에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게 한다. 마을회관에는 저녁 10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한 마을주민은 “우리 회관에는 겨울이나 여름이나 항상 사람들이 한 방 가득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며 “동짓날인 어제도 팥죽을 쒀서 다같이 나눠 먹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다보니 매년 지원되는 난방비가 항상 모자라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마을주민들은 “난방비를 조금 더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매산2리 주민들의 가장 큰 바람은 마을입구에서 당산나무가 있는 마을안길까지 포장공사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 길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때 주민들이 직접 돌과 모래를 나르고 시멘트로 닦아 놓은 길이다. 40여년이 훌쩍 넘은 길을 오늘날까지 쓰다 보니 여기저기 망가진 곳이 많아 매우 위험하다.
최 이장은 “올 여름에 면사무소 직원이 나와서 조사를 해 갔는데 내년중에는 포장공사가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며 “길이 오래되기도 했고 큰 차가 많이 다니는 등 위험하므로 하루 빨리 공사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이장을 맡는 동안 꼭 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최 이장은 “마을주민들이 이장인 나를 믿고 잘 따라줘서 고맙고 덕분에 마을살림을 더 잘 꾸려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언제나 지금처럼 화합하고 함께 도우며 잘 살아보자”고 마음을 담아 말했다.
가장 쉬운 일 같지만 가장 어렵기도 한 ‘주민 화합’의 모범이 되고 있는 최성춘 이장과 매산2리 주민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서인지 이날 먹은 동지죽은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