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나라의 흥망성쇠와 인재
연나라의 흥망성쇠와 인재
  • 영광21
  • 승인 2013.12.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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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천의 <사기>의 명구를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 40 - 전국시대 인재의 유동과 유출 ②

▲ 연나라 소왕이 모셔온 명장 악의
전국시대 말기 하북성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오랜 제후국 연나라는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에 새로 즉위한 젊은 군주 소왕은 연나라를 중흥시키기 위해 현자인 곽외의 건의를 받아들여 획기적인 인재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소왕은 우선 곽외를 황금으로 지은 집에다 모심으로써 인재우대에 대한 의지를 내외에 천명했다(인재에 대한 우대를 상징하는 ‘황금대黃金臺’란 고사가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자 사방 각국에서 인재들이 다투어 몰려들었다.

이런 인재들 중에는 명장 악의도 포함돼 있었다. 소왕은 연나라의 가장 큰 적인 제나라 정벌의 대임을 악의에게 맡기기로 했다. 소왕은 악의를 상장군에 임명했다. 악의는 6국 연합군을 통솔해 제나라 정벌에 나섰다. 연나라 소왕과 악의의 의견은 통일돼 있었고 전략도 일치했다.

악의가 전선에서 전투에 참여하고 있을 때 소왕은 악의의 집안에 옷과 재물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악의에게도 대량의 예물을 보냄으로써 그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악의를 미워하는 신하들과 태자가 악의를 헐뜯고 모함하자 소왕은 악의를 제왕齊王으로 삼아 그에 대한 강한 신임을 표시했다. 소왕은 심지어 악의를 헐뜯은 태자에게 매질을 가하기까지 했다.

혜왕의 즉위와 악의의 망명
악의는 제왕으로 삼겠다는 소왕의 명령을 받지 않았으며 편지를 통해 소왕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할 것을 맹세했다. 연나라 군대는 겨우 반년 만에 제나라 70여 성을 빼앗았다. 제나라는 즉묵과 거, 단 두개의 성만을 간신히 보전한 채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기원전 279년 악의가 최후의 승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소왕이 세상을 뜨고 혜왕(재위 기원전 278∼기원전 272년)이 즉위했다. 이 왕이 바로 평소 악의를 미워해 헐뜯었던 태자였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제나라의 장수 전단은 이 틈을 타 ‘이간책’을 구사해 혜왕으로 하여금 장군 자리를 악의에서 기겁으로 교체하게 만들었다.

악의는 혜왕이 속마음이 음흉해 본심을 헤아리기 힘든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귀국하면 피살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병권을 기겁에게 넘겨주고 조나라로 도망갔다. 연나라의 장군과 병사들은 이 때문에 큰 불평을 품게 됐고 군심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전단은 즉묵을 단단히 지키면서 이런 말을 퍼뜨렸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연나라 군사들이 포로들의 코를 베어 그들 공격부대의 전면에 배치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즉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적이 겁나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이다.” 연군이 이 말을 듣고는 포로들의 코를 모조리 베어 버렸다. 즉묵성의 사람들은 적이 자기편 포로들의 코를 베어 버린 것을 보고는 분노에 치를 떨었고 즉묵성을 사수해야 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인재부재로 인한 천당과 지옥
전단은 또 간첩을 이용해 연 군영에 이런 말을 퍼뜨렸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연나라 군사들이 즉묵성 밖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나라 군민은 상심해서 전의를 잃고 말 것이다.”
이런 소문을 들은 연나라 군사들은 소문대로 제나라 사람들의 조상이 묻힌 무덤들을 모조리 파헤쳐 해골들을 제나라 군민들에 시위하듯 보여 주었다.

즉묵성에서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제나라 군민들은 타오르는 분노를 눈물로 억누르며 전단에게 속히 결전을 벌여 원한을 씻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전단은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대대적인 반격을 위해 준비를 갖췄다. 그에 앞서 전단은 먼저 거짓으로 항복하는 척 연군의 마음을 흩어 놓은 다음 소꼬리에 불을 붙여 적진에 돌진하게 하는 ‘화우진火牛陣’으로 연을 대파했다. 잃어버린 땅을 모두 수복했음은 물론이다.

전단은 교묘한 심리전으로 연나라 군대의 군심을 흩어놓았고 제나라는 망국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 빼앗긴 70여개의 성을 모조리 수복한 것은 물론 연나라 땅까지 밀고 올라가 마지막 승리를 움켜쥐었다.

상하동욕과 인재
손자는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서 보이는 승부를 미리 알 수 있는 다섯가지 ‘지승知勝’법들 중 하나로 ‘상하동욕上下同欲’을 꼽았다. ‘상하가 목적과 목표 및 행동에 있어서 서로의 의견이 완전 일치하는 쪽이 이긴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손자는 “리더가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부하의 능력을 신임해 공연한 간섭을 하지 않는 쪽이 이긴다”고도 말한다.

두 군대가 맞서 죽이고 죽는 와중에서 정책 결정권은 장수에게 있겠지만 전쟁의 최후 승리는 역시 전군의 전투준비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군의 기초는 사병이다. 전체 병사가 싸울 준비를 갖추고 있지 못하면 제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 있어도 실현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기란 요원하다. 따라서 손자는 ‘상하동욕’을 승리를 향한 하나의 길로 봤다.

군을 다스리고 작전을 총결하는 중요한 규율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상하가 함께 하려는 자는 승리하고 그 반대면 패배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 준다.
오늘날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재에 대한 리더의 자세와 태도가 조직과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것이다.
악의를 내친 혜왕의 사례는 이를 너무 분명하게 잘 보여준다.

김영수 센터장
영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