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영광군도 저의 정겨운 고향입니다"
“베트남도, 영광군도 저의 정겨운 고향입니다"
  • 영광21
  • 승인 2014.01.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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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엔티 미녹<다문화 여성>

“저는 고향이 2개예요.”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누엔티 미녹(27)씨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눈에 띈다. 서툰 한국어지만 더듬더듬 손짓을 섞어가며 “베트남도 고향, 여기도 고향이예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는 어느새 한국인의 정서가 배어 있는 듯하다.

배트남 호치민시가 고향인 그녀는 꼭 3년전 결혼해 한국으로 왔다. 한창 추울때인 겨울에 한국으로 시집온 그녀는 “한국은 정말 추웠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는다.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추운 날씨뿐만 아니라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겨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만 배워 한국으로 왔고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그녀에겐 힘들기만 했다.
그러나 다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프로그램과 함께 남편과 시부모들의 도움으로 3년차임에도 제법 한국말을 잘 알아듣고 쓸 수 있게 됐다고.

누엔티 미녹씨는 “처음에 한국말을 잘 몰라 힘들었는데 다문화센터에서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한국말도 가르쳐주시고 한국문화도 많이 알려줘 도움이 많이 됐다”며 “센터에 오면 고향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다.
또 1살배기 아들을 둔 초보엄마로 육아방법 등을 배울 수 있어서 다문화센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녀는 군서면 가사리에서 아들과 함께 남편, 시부모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남편은 벼농사와 야채 등의 농사를 짓는데 시어머니는 야채를 수확해 시장에 나가 팔기도 한다.

그녀는 “남편과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평소 몸이 약한 그녀를 위해 집안 청소나 설거지 등을 남편이 자주 돕고 시부모도 타국에서 고생하는 며느리를 친딸처럼 생각하고 예뻐해 준다고. 흔히 어려운 시댁을 비유해 ‘시월드’라 표현하는데 그녀에게 시댁은 ‘시월드’가 아닌 따뜻한 집일 뿐이다. 그녀가 ‘시부모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부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 얼마 전부터는 친정엄마가 베트남에서 건너와 염산지역의 하우스농가에서 일하고 있는데 일을 쉬는 주말이면 만날 수 있어 더욱 좋다고.
그녀도 다문화센터에서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톤래삽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서 받은 월급으로 베트남 집에 있는 아픈 동생을 위해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그녀에게 얼마전 허리수술을 한 시어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못해 고민이 생겼다.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올해는 어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글썽이는 눈물에 그녀의 진심이 담겨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