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폐교된 군남초등학교 대창분교 앞을 지나 함평 방향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군남면 대덕5리 율곡마을에 자리한 율곡경로당.
세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율곡경로당(회장 박병모) 입구에는 15켤레는 넘는 털신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어서오시오. 다들 점심 먹고 이러고 앉아서 목이 빠져 라고 기다리고 있었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거운 아랫목에 몸을 누인 어르신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황급히 일어선다.
“경로당의 많지 않은 남자어르신들은 그나마 기다리다 일하러 간다고 갔다”며 “새 손님들이 온다고 일찍부터 마당 청소도 하고 깔끔하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유쾌하게 맞는 율곡경로당 어르신들이다.
율곡경로당은 마을주민이 희사한 부지에 군에서 건축비를 지원받아 건립됐다. 이균섭 이장과 정연임 회원이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땅을 희사해 마을주민들이 항상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된 것이다.
한 마을주민은 “경로당이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일하다가도 와서 밥 먹고 가고 항상 사람들도 가득하다”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이 좋은 것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한다.
또 경로당 안에는 마을주민들과 향우들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기증품도 눈에 띈다. 냉장고는 회원들의 자제들과 출향한 향우들이 만든 마을의 계모임인 ‘율곡회’에서 기증했고 TV는 장숙희 전이장이 장기자랑에서 상품으로 받은 것을 희사했다고.
박 회장은 “마을주민들과 향우들이 도움을 많이 줘서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율곡경로당의 회원은 30여명으로 여자어르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을에 남자어르신들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한 회원은 “남자분들은 다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며 “우리는 아직도 각시들인디 어디 좋은 사내들 있나 알아봐 주라”고 말하며 웃음보를 터트린다.
비록 나이로는 노인이지만 마음만은 각시나 다름없다며 웃는 어르신들의 유쾌함이 젊게 사는 비결이다.
또 경로당에서 술을 먹거나 화투놀이 등의 오락거리보다 도란도란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율곡경로당의 특징이기도 하다. 별다른 오락거리는 없지만 서로의 근황을 전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율곡경로당.
어르신들의 말처럼 율곡경로당은‘마을 한가운데’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하며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