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어르신들이 아픈 데 없이 건강했으면”
“올해는 어르신들이 아픈 데 없이 건강했으면”
  • 영광21
  • 승인 2014.01.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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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홍농읍 진덕4리 부녀회장>

“우리들은 다 노인들인디 저 사람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지.”
홍농읍 진덕4리에 자리한 조그마한 마을인 안모실마을. 대부분 주민이 노인인데다가 남자 어르신들은 거의 없는 이 마을에는 스스로 자처해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는 최순덕(59) 부녀회장이 있다.

마을 경로당을 찾은 이날도 어르신들과 둘러앉아 재미삼아 화투를 치고 있는 최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로 5년째 진덕4리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전임 부녀회장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평소 바쁜 일이 없으면 날마다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과 어울리는 그녀는 마을 어른들에게 칭찬이 자자하고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한데 “할머니들하고 노는 것이 가장 재밌다”는 최씨.
그런 그녀를 보고 한 어르신은 “저런께 우리들이 이뻐한다”며 “그렇다고 우리들이랑 같이 늙지는 말어~”라고 장난스런 핀잔을 준다.

최씨는 안모실마을과 가까운 진덕리 산덕마을이 고향으로 남편의 고향인 안모실로 시집 온지 어느덧 36년이 지났다. 꽃다운 23살에 시집을 왔으니 이제 이곳이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친정이 바로 옆 마을이라 시집왔다고 표현하기도 민망스러운지 그녀는 “차-암 멀리도 왔죠?”라고 되묻고는 밝게 웃는다.

최씨가 마을 어르신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경로당에 말 그대로 정말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TV가 고장나거나 형광등 불이 꺼지면 어르신들은 어김없이 최씨에게 전화를 한다. 그러면 이내 최씨나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의 남편이 찾아와 불편함이 없도록 고쳐놓는다.
한 어르신은 “우리가 힘이 없어서 무거운 것도 못 드니까 이 사람한테 전화하면 얼른 달려와서 들어 옮겨주고 그런다”며 “쓰레기도 갖다 버려주고 청소도 다 해주고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고 최씨의 등을 두드린다.

또 경로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종종 반찬을 해서 냉장고에 채워 넣기도 한다. 최씨 뿐만 아니라 같은 마을에 사는 현영선씨도 집 반찬을 만들 때 꼭 한접시씩 경로당에 가져다 준다고.
최씨는 올해 소망을 묻는 말에 “새해에는 특별한 소망이 있기보다는 그저 어르신들이 아픈 데 없이 오래도록 건강하고 즐겁게 사셨으면 한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최씨와 같은 부녀회장과 맘씨 좋은 마을주민과 함께 사는 안모실경로당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실 것 같은 생각에 든든하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