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역사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 영광21
  • 승인 2014.01.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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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김영수 교수

지난 1년여 동안 ‘사마천의 <사기>의 고사성어로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주제로 연재 글을 실었던 김영수 전교수가 40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쳤다.

김 전교수의 연재 글을 통해 21세기 초강대국으로 입지를 다져 나가는 중국을 이해하고 평소에는 감히 읽어볼 엄두도 못 낸 고전인 사마천의 <사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의 글에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을 관통하는 비판의식과 함께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서의 고민도 녹아있다. 그동안 김 전교수의 연재 글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도 이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연재가 끝나 시원하다”는 김 전교수의 소회에 공감은 하지만 다소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본지 연재를 마치는 동시에 청소년문화센터의 센터장의 자리에서도 물러나 앉았다. 또 얼마전에는 <1일 1구>, <사마천과의 대화> 등 2권의 책을 연달아 내기도 했다. 당분간은 대외 활동을 접고 책 저술과 사마천학회를 출범할 계획이라는 김 전교수를 만나봤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최근에 제가 쓴 책 2권이 연달아 나왔어요. 요즘은 책도 저자가 직접 나서서 홍보해야 팔리는 시대이기 때문에 연재가 끝났어도 바쁘게 지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 음력설까지는 쉬겠다고 당분간 내버려 두라고 말해놨어요(웃음). 또 2월부터는 책 홍보도 홍보지만 강연회와 학회출범, 책 저술 등으로 바쁠것 같습니다.

연재 글을 보면 주제가 크게 ‘리더의 자격’과 ‘인재의 중요성’으로 압축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제가 역사를 가지고 이야기꾼이 돼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잖아요. 그러면 주제가 선명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매년 연말쯤에 내년에는 내가 무엇을 주제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지 당시의 시국상황 등 전체적인 상황을 두고 고민을 해요. 지난해에는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올해는 인재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해서 이왕에 지면을 빌려 주셨으니 먼저 워밍업을 해봤죠.

그렇다면 ‘인재’를 주제로 할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인재를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역사속에 정치가나 사상가들이 인재관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러한 인재관이나 인재론에 입각해 인재를 어떻게 기용했는가에 대한 사례와 이런 좋은 인재론과 철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사례 등 이야기할 거리가 많죠.

특히 인재문제 가운데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이 인재의 유출이죠. 유학생들의 80%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설문결과가 있을 정도예요. 이들이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의 인재에 대한 대우, 시스템 문제 등 인식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뜻이죠.

이는 한편으론 우리 영광지역의 풍토를 놓고 보더라도 그런 부분이 있죠. 영광군이 원전이라는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농산물, 수산물 등 타지역에 비해 기초기반이 좋은 곳이잖아요?
영광굴비업체 1년 매출이 영광군 1년 예산에 맞먹을 정도이기도 하고 이정도로 갖춰져 있다 보니 아무래도 안주하게 되죠. ‘우리들끼리 살아도 문제없다’ 이런 생각들이 인재기용 문제에 있어서도 배타적으로 나타기도 하죠. 제가 여기서 15년 정도 살았으니까 이러한 분위기를 너무 잘 알죠. 지방이 곧 나라의 압축판이잖아요.

그래서 2014년에는 인재와 인재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자는 것을 주된 활동테마로 잡았고 그렇다면 인재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례를 깊이있게 검토를 해 볼 생각입니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서 인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은데요.

그렇죠. 선거이슈가 결국은 인재를 뽑는 것인데 이번에 인재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성공한 리더들을 봤을 때 그들은 학연, 지연, 혈연 등을 모두 극복한 사람이 성공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지방선거의 풍토는 이것들과 뗄레야 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이 주제를 들고 나왔죠.

한 사람의 과거사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을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과거 역사속에서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선거를 앞두고 몇달만 ‘열심히 하겠다’고 잘하는 사람보다 그 사람의 과거사를 살펴보고 그것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으면 해요.

역사속의 여러가지 사례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상황과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는 경우가 많은데
성선설, 성악설 등 인간의 본질의 문제에 대한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오랜 논의가 이뤄져 왔잖아요. 그렇게 보면 인간의 본질은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이 인성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해요. 역사 속에서 리더가 된 사람은 이러한 인성의 약점과 한계를 잘 극복한 사람이죠.

이러한 인성의 약점과 한계를 잘 극복한 사람도 최고 권력에 오르고 난 다음에는 장기집권하는 등 인성의 약점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우리들의 인생사도 비슷하다는 이야기죠. 정치구조나 제도 등의 면에서만 바뀌었을 뿐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죠. 어떤 면에서는 훨씬 교활하기도 해요.

우리의 미래는 결과가 없지만 지나간 일에는 결과가 있어요. 그래서 역사가 중요해요. 과거를 살펴보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과정을 살펴보라는 뜻이죠. 내가 농담말로 ‘역사는 뒤끝이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라고 표현해요.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지만 특히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과 언행은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영광21신문사가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고 과거사를 통해 지역사회를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획을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인문학강연회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요.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영광21신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지역사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독자들에게는 연재를 끝내면서 인사를 못했는데 이렇게 인사를 하네요. 아마 독자들께서 ‘그것 재미 있더라’ 는 등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시면 다시 쓰지 않을까요?(웃음) 그것이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구요.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