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마자 구수한 고구마 삶는 냄새가 가득하다. 인기척을 들은 용산경로당 어르신들이 서둘러 방문을 열고 나와 반갑게 맞는다.
방이 3개나 있고 거실겸 주방, 화장실까지 갖춘 넓은 규모의 경로당이지만 난방비 절약을 위해서 부엌과 함께 사용하는 거실과 한곳의 방에만 난방을 해 한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겨울을 난다고.
얼마전 새해를 맞아 1월1일자로 회장에 취임한 양신자(75) 회장은 아직 회장이라는 직함이 쑥스러운지 ‘회장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수줍게 웃는다.
양 회장과 함께 경로당 살림을 꾸려가는 박순덕 총무는 경로당 회원들과 양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이다.
양 회장은 “경로당 회원들이 대부분 80대여서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경로당 살림을 맡고 있다”며 “회원은 아마 20여명 이짝저짝일 것”이라고 소개한다.
용산경로당은 지난 2009년 전라남도에서 시행한 오지개발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아 건립됐다. 순용리 순용마을에 경로당에 있기는 하지만 용산마을 어르신들은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고.
양 회장은 “노인들이 멀리까지 못 가는데 마침 마을입구에 경로당이 생겨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다들 아침에 일어나서 경로당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 총무도 “경로당이 마을 바로 인근에 있어서 다들 내 집이나 다름없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날마다 점심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만 회원들에게 회비는 따로 걷지 않고 군에서 지원되는 자금으로 운영한다”고 소개한다.
80세에 가까운 고령의 회원들이 많다 보니 몇 천원이라도 걷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되
이처럼 마을과 가까워 농사일로 한창 바쁠 때에도 용산경로당에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일을 하다가도 다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쉬어 가기도 하고 마을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축하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도청과 군청 직원들에게 얼마나 좋고 고마운지 모른다”고 고마움을 전하는 어르신들.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삶은 고구마를 먹이지 못하고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문 앞까지 배웅하는 용산경로당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용산경로당<불갑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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