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읍 기독병원앞 조그마한 골목을 따라 올라가 자리한 첫 번째 건물이 영광군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경로당인 남극재경로당(회장 양현용 사진)이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래된 한옥건물이 주위를 압도한다.
경로당 입구에서 바라본 마당에는 유래비와 기념비 등이 남극재가 지나온 숱한 세월을 증명한다. 오래된 한옥 건물이 뿜어내는 웅장함과 근엄함은 꼭 선조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그대로 이어온 남극재경로당 회원들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남극재경로당의 역사는 1587년 선조 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광지역의 관리들이 퇴직후 상부상조의 목적으로 조직한 모임의 전통을 이어 1796년 새로 창설한 노인계가 오늘날의 남극재경로당의 정신으로까지 이어진 것. 1929년에 영광노인당으로 처음 건립돼 육영계, 숭로계, 춘추계, 정풍회까지 여러 모임들로 이어져오다 1963년 남극재로 모습을 갖췄다. 이와 함께 경로당 건물은 1988년 중건됐다.
문봉기 부회장은 “우리 경로당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젊은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어른으로서의 정신을 이어왔다”며 “예로부터 도덕을 중요시하고 규율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러다가 벌을 주기도 하는 등 지역 어른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남극재경로당에서는 경로당 소유의 밭과 논 등에서 생긴 수익과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매년 효자·효부나 모범학생을 선정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작게나마 이를 통해 지역에 어른들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경로당 회원들의 마음이다.
양 회장은 “장학금 전달 등을 통해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 해온 우리 선조들의 전통을 실천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바르게 살아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극재경로당의 44명의 회원들도 다른 경로당과 같이 매일 장기 등 오락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의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언제나 잊지 않고 선조들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남극재경로당 어르신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