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에 굽히지 않는 조상들의 얼이 살아있는 마을”
“외세에 굽히지 않는 조상들의 얼이 살아있는 마을”
  • 영광21
  • 승인 2014.02.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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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 대마면 화평2리 김경신 이장

조그마한 시골마을이 한바탕 소란스러워졌다. 이날은 마을에서 돼지를 잡는 날.
마을회관 옆의 수돗가에서 마을주민들은 돼지의 네다리를 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돼지의 배가 갈라지고 내장을 끄집어내자 좋은 안주거리가 생겼다는 듯 술잔에 소주 한잔씩을 돌린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마을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특별한 잔칫날은 아니지만 1년에 한번씩 돼지를 잡아 마을주민들이 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대마면 화평2리(이장 김경신).

돼지와 씨름하느라 분주한 이들 가운데서 가장 젊어보이는 김경신(54) 이장을 만났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적어 일할 사람이 필요해 이장이 됐다”며 스스로를 ‘일을 할 사람’으로 소개하는 김 이장은 오랫동안 목포지역에서 생활하다 3년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장을 맡아 올해로 꼭 1년정도 됐다는 김 이장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크다. 지난해에는 대마면번영회 사무국장을 맡고 올해는 상임부회장을 맡는 등 지역발전에 관심이 많다. 또 매월 지급되는 이장 수당도 마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따로 적금을 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화평2리는 하화, 칠율 등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예로부터 상산김씨가 자자일촌을 이루며 살아오고 있다. 특히 이곳은 김용구 의병장의 마을로 유명하다. 김 이장의 증조할아버지이기도 한 김용구 의병장은 일제강점기때 의병을 모아 항일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치료를 하던 중에 고종이 승하했다는 비보를 듣고 스스로 자결을 했다고.
김 이장은 “증조할아버지께서 자결을 하시자 할아버지가 증조부의 뒤를 이어 의병활동을 하셨다”며 “현재 마을회관 바로 옆에는 증조할아버지 김용구 의병대장과 할아버지 김봉호 의병장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김봉호 의병장의 부인인 김 이장의 할머니께서는 군자금을 모아 남편의 의병활동을 지원하는 등 온 가족이 의병활동에 힘을 쏟았다.
마을회관 옆에 자리한 공적비에서 이에 대한 후손들과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화평2리는 김용구, 김봉호 의병장이 의병활동을 펼친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세에 굴하지 않는 조상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을 태극기마을로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김 이장의 바람이다.
김 이장은 “나라를 걱정하고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려했던 어른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을입구부터 회관까지 길 양옆으로 태극기를 세우고 싶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행정관청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김 이장은 “오랫동안 사회단체의 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사회활동을 해보니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더라”며 “그래서 이장으로 일하는 동안 주민들간에 불신을 없애 인정이 넘치고 화합하는 분위기의 마을로 이끌어 가는 것이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
막 잡은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서로 술을 권하며 즐겁게 웃는 화평2리 주민들의 모습을 보니 김 이장의 소망이 벌써 이뤄진 것 같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