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 대마면 화평2리 김경신 이장
마을회관 옆의 수돗가에서 마을주민들은 돼지의 네다리를 잡고 씨름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돼지의 배가 갈라지고 내장을 끄집어내자 좋은 안주거리가 생겼다는 듯 술잔에 소주 한잔씩을 돌린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마을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특별한 잔칫날은 아니지만 1년에 한번씩 돼지를 잡아 마을주민들이 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대마면 화평2리(이장 김경신).
돼지와 씨름하느라 분주한 이들 가운데서 가장 젊어보이는 김경신(54) 이장을 만났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적어 일할 사람이 필요해 이장이 됐다”며 스스로를 ‘일을 할 사람’으로 소개하는 김 이장은 오랫동안 목포지역에서 생활하다 3년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장을 맡아 올해로 꼭 1년정도 됐다는 김 이장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크다. 지난해에는 대마면번영회 사무국장을 맡고 올해는 상임부회장을 맡는 등 지역발전에 관심이 많다. 또 매월 지급되는 이장 수당도 마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따로 적금을 들고 있기도 하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화평2리는 하화, 칠율 등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으며 예로부터 상산김씨가 자자일촌을 이루며 살아오고 있다. 특히 이곳은 김용구 의병장의 마을로 유명하다. 김 이장의 증조할아버지이기도 한 김용구 의병장은 일제강점기때 의병을 모아 항일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치료를 하던 중에 고종이 승하했다는 비보를 듣고 스스로 자결을 했다고.
김 이장은 “증조할아버지께서 자결을 하시자 할아버지가 증조부의 뒤를 이어 의병활동을 하셨다”며 “현재 마을회관 바로 옆에는 증조할아버지 김용구 의병대장과 할아버지 김봉호 의병장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고 소개한다.
특히 김봉호 의병장의 부인인 김 이장의 할머니께서는 군자금을 모아 남편의 의병활동을 지원하는 등 온 가족이 의병활동에 힘을 쏟았다.
마을회관 옆에 자리한 공적비에서 이에 대한 후손들과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화평2리는 김용구, 김봉호 의병장이 의병활동을 펼친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세에 굴하지 않는 조상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을을 태극기마을로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김 이장의 바람이다.
김 이장은 “나라를 걱정하고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려했던 어른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을입구부터 회관까지 길 양옆으로 태극기를 세우고 싶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확보돼야 하는데 행정관청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김 이장은 “오랫동안 사회단체의 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사회활동을 해보니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더라”며 “그래서 이장으로 일하는 동안 주민들간에 불신을 없애 인정이 넘치고 화합하는 분위기의 마을로 이끌어 가는 것이 목표다”고 각오를 다졌다.
막 잡은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서로 술을 권하며 즐겁게 웃는 화평2리 주민들의 모습을 보니 김 이장의 소망이 벌써 이뤄진 것 같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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