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마을주민 모두 건강하고 풍년 깃들길 기원”
“올 한해 마을주민 모두 건강하고 풍년 깃들길 기원”
  • 영광21
  • 승인 2014.02.21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3 - 불갑면 부춘리 양복현 이장

“오늘 목욕 깨끗하게 하고 왔냐? 안 그러면 당산할배한테 절을 못한다~”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날 이른 아침부터 일찌감치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불갑면 부춘리(이장 양복현) 마을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요즘은 간소하게 정월대보름을 보낸다지만 부춘리는 옛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부춘리는 부춘, 마산 등 2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12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양복현(67) 이장은 “예로부터 부자마을이라고 해서 부자 ‘부’와 봄 ‘춘’자를 써서 부춘리라고 불렸다”며 “가오마을도 부춘리에 속하나 행정리로 가오리로 분류됐다”고 소개한다.
마을주민들은 벼농사와 양파 등의 농사를 주로 짓는데 특히 부춘리는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은 것이 특징. 마을주민들이 몇 마리씩 키우기도 하지만 대규모로 키우는 농가도 있다.

“소가 마을주민 수보다 훨씬 많다”고 말하는 양 이장의 말에 마을주민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올해로 3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양 이장은 부춘리가 태생지로 농사를 지으며 마을살림을 맡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올 한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당산제도 이장으로서 맡은 중책이기도 한 듯 부녀회원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양 이장이 직접 챙겨 들고 당산나무로 향했다.

부춘리에는 마을 위쪽과 입구쪽에 각각 할아버지와 할머니 당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로 400년 가까운 수령을 자랑하는 이 당산나무를 구분 짓는 특별한 방법은 재미나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구동순 노인회장은 “할아버지는 혼자 계시는디 할머니는 옆에 자식들이 딸렸단 말이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구분 짓기 쉽죠”라며 “당산제를 지낼 때면 할아버지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할머니 당산나무로 향한다”고 설명한다.
구 노인회장의 말처럼 마을입구에 자리한 할머니 당산나무 주변으로는 크지 않은 나무 몇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구 노인회장은 “당산나무가 있는 마을은 그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는 뜻이다”며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물인 당산나무 덕분에 주민들이 화목하고 건강한 것이 우리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다”고 소개한다.
양 이장은 “옛날에는 잡귀를 물리친다며 한바탕 농악놀이를 했는데 마을주민 수가 감소해 지난해부터는 생략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부춘리는 지난해 여름에 내린 비로 하수관이 파손돼 공사를 다시 해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올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역류해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여름이 오기 전 공사가 시급하다고.
양 이장은 “주민들이 수해피해를 입지 않도록 올 여름이 오기 전 하수관 공사를 했으면 좋겠다”며 “하수관 공사와 함께 마을안길 또한 포장해 주민들이 이용하기 좋도록 행정관청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양 이장은 “마을을 위해 일하겠다고 이장을 맡았으니 끝까지 그 책임을 다 해야지. 별 다른 것이 있겠냐”고 말하며 웃는다.
이날 양 이장은 당산나무 앞에서 절을 올리며 “올 한해 마을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도록 도와달라”고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빌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