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풍년이 들고 마을에 좋은 일만 가져다 주길”
“올해는 풍년이 들고 마을에 좋은 일만 가져다 주길”
  • 영광21
  • 승인 2014.02.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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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 군남면 양덕1리 김진영 이장

온 동네 사람들이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당산나무 앞에 모였다. 6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당산나무처럼 군남면 양덕1리(이장 김진영)에도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 있다. 정월대보름날이면 어김없이 당산나무 앞에 온 마을 주민들이 모여 힘을 모아 당산나무에 옷을 입힐 줄을 엮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워매,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여~”
마을주민 30여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줄을 엮기를 1시간여. 마주앉은 얼굴들 사이에서 쉴새없는 우스갯소리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가운데 김진영(64) 이장은 길이가 10m는 족히 돼 보이는 줄의 끝과 끝을 달려 다니며 잘 엮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에 정신이 없다.

김 이장은 장혈마을이 탯자리로 이전에 잠시 이장직을 맡아 수행했던 것까지 더해 10여년 동안 마을 살림을 맡아왔다.
김 이장은 “자, 이제 한잔씩들 하고 또 합시다. 이런 날은 당산나무 앞에서 술도 한잔씩 먹어줘야 복도 받는건께”라며 막걸리 한잔씩을 건넨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마을주민들은 “옛날 어른들이 줄 엮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돌아가셔서 이렇게 어렵다”고 말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양덕1리 장혈마을은 65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쌀과 보리가 주요 소득원이다. 마을 뒷산이 노루가 새끼를 안고 젖을 주는 형상이라 해 장혈마을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 마을주민은 “옛말에 ‘함평군수 하고 싶냐, 군남면 마을이장 하고 싶냐고 물으면 군남면 마을이장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며 “지금은 주민수가 많이 줄어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마을주민들이 모두 전통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을주민들은 막걸리로 목을 축인 뒤 이내 줄을 엮는 마무리작업을 마치고 신명나는 풍물놀이에 맞춰 당산나무 주변을 돌며 옷을 입힌다. 그리고 당산나무 앞에 앉아 제를 올리기 시작한다.
“작년에는 재미는 못 봤으니 올해는 풍년이 들게 해 주십시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김 이장은 “농민들이 바라는 것이 뭐가 더 있겠어요.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관심을 갖고 지원도 해줬으면 하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양덕1리의 대부분의 농지가 밭농사를 지을 때 길이 없어서 어려움이 많다. 쌀과 보리 외에도 담배나 여러 밭작물을 많이 생산하는 마을이기 때문에 밭 사이에 농로길 조성이 시급하다고.
김 이장은 “대부분의 밭이 다른 사람의 밭을 지나가야 하는데 밭작물을 심어 놓으면 지나갈 수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이러한 주민들의 불편한 점에 행정관청에서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김 이장은 “수년전 마을 어르신들과 효도관광을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비록 여건이 좋지 않아 관광을 못하고 있지만 후대에서라도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당산나무 앞에 절을 하기 위에 엎드린 김 이장의 뒤로 마을주민들이 소리친다. “이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몇곱절은 정성들여서 해야 해. 그래야 마을에 좋은 일만 생기지!”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