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점 없는 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도착한 영광읍 덕호리 월송경로당(회장 김갑기).
따뜻한 햇살이 경로당 입구에 가지런히 놓인 어르신들의 털신을 비추는 것이 봄이 겨울의 등을 떠밀며 작별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그 사이 월송경로당 어르신들이 문을 활짝 열어 반갑게 맞는다.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디 안와서 목이 빠져라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일반주택과 같이 거실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2개의 방과 부엌이 있는 월송경로당은 월송청년회에서 사무실로 사용하던 것을 어르신 사랑방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래서 오래된 건물이지만 경로당 등록은 불과 3~4년전에 했다고.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윤경희씨는 “마을에 80세에 가까운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도 변변찮은 경로당이 없었는데 청년회에서 경로당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줘서 농번기를 제외한 1년 10달 정도는 식사도 함께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어르신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윤 총무 역시 경로당 회원은 아니지만 경로당 총무를 맡아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경로당 곳곳에는 마을의 어르신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마을 젊은이들의 따듯한 마음이 녹아있다.
3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재미삼아 화투놀이도 하고 TV를 함께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취미생활과 여가를 즐기는 월송경로당. 이곳도 여느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제일 연세가 많은 90세가 된 어르신을 포함해 80세 이상의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다.
올해부터 경로당 회장을 맡게 된 김갑기(68) 회장은 다른 어르신들에 비하면 젊은 편이다.
김갑기 회장은 “이렇게 젊은데 무슨 내가 노인회장이냐”고 말하며 웃자 한 어르신은 “손주를 벌써 몇이나 봤는디 안 늙었다고 그러냐”고 장난스럽게 눈을 흘긴다.
월송경로당에는 남자어르신보다 여자어르신의 수가 훨씬 많다. 남자어르신들의 수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한 어르신은 “남자어르신들은 바빠서 다들 일찍 가셨다”며 “우리 동네 여자양반들은 다 시집을 잘못왔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대부분 80대 이상이고 90세가 넘은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 경로당 안에 변변찮은 운동기구가 없어 노인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운동기구를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느새 찾아든 포근한 3월의 봄이 월송경로당에도 건강하고 즐거운 노년의 삶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길 소망해 본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월송경로당<영광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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