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재주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봉사죠”
“내가 가진 재주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봉사죠”
  • 영광21
  • 승인 2014.03.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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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신<미용봉사자>

“나에게 미용기술이 있어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해요.”
1달에 하루씩 군서면에 자리한 <보배로운 집>을 찾아 미용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채명신(43) 원장. 그녀는 광주에서 <채명신 헤어박스>라는 상호로 본점을 포함한 4곳의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그녀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얼마전 새로 문을 연 분점에서 일을 하다 약속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녀가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는 “한달에 한번 오전시간에 잠깐 다녀오니 내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며 “오히려 내가 <보배로운 집>에서 시설 이용자들에게 즐거움과 힘을 얻어서 돌아온다”고 웃음짓는다.
영광지역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채 원장이 <보배로운 집>에서 미용봉사를 하게 된 것은 미용실 고객의 제의 때문이었다. 기존에 봉사를 하던 사람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둬야 할 형편에 놓이면서 다른 봉사자가 급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이따금씩 미용실 직원들과 노인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그녀였기에 망설임없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고.

채 원장은 “처음에는 한번만 도와주라고 해서 갔는데 한번 시작하고 나니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시설이용자들도 눈에 밟혀서 계속 찾아가게 됐다”며 “그리고 다음달에 찾아갔더니 한 아이가 ‘왜 이제왔어요. 보고싶었어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봉사를 시작한지 1년. 이제는 시설이용자들과도 제법 정이 들었다. 채 원장이 머리를 자르면 빗자루를 들고 머리카락을 깨끗이 쓸어내는 착실한 보조도 있고 ‘가지 말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어리광을 피우는 자식과 같은 아이들도 있다. 자기 몫으로 숨겨 놓은 초콜렛을 수줍게 건네기도 했고 직접 만든 팔찌도 선물받았다.

그러나 그랬던 아이들이 어느 날 채 원장과 함께 간 미용실 직원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채 원장은 “아이들 눈에도 훨씬 젊고 예쁜게 눈에 보이나 봐요. 나보고 예쁘다고 좋아한 아이들이 젊고 예쁜 직원한테 폭 빠져서 그 직원에게 머리를 자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배신당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봉사한다는 생각보다는 시설이용자들을 만나며 누구보다 즐겁게 미용봉사를 하고 있다는 채명신 원장은 바쁜 인생살이로 봉사활동을 할 염두를 못 내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조금씩 봉사하는 것이 결국에는 나에게 큰 빛이 돼 다가 오더라”며 “내가 가진 재주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라도 준다면 그것이 바로 봉사다”고 말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