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장은 우리들 손발이나 다름없이 참 잘해!”
“우리 이장은 우리들 손발이나 다름없이 참 잘해!”
  • 영광21
  • 승인 2014.03.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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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 묘량면 신천2리 김승배 이장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묘량면 신천2리(이장 김승배)에서는 특별한 점심식사가 준비됐다.
볶은 돼지고기요리며 배추 겉절이, 각종 나물까지 푸짐하게 차려낸 이날 점심은 바로 김승배(64) 이장과 장대신(81) 노인회장이 직접 차려 놓은 것. 김승배 이장이 여성의 날을 맞아 마련한 특별 이벤트였다.

장대신 노인회장은 “이장이 여성의 날이라고 식사를 한번 대접하자고 해서 이장이랑 같이 했지”라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우리는 꼼짝하지도 못하게 하고는 설거지까지 남자들이 다 했지. 우리 다들 오래살고 볼 일이라고 했어. 앞으로 더 오래 살아봐야것네. 더 좋은 세상이 올란가.”

신천2리 마을회관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이구동성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승배 이장은 평소에 집에서는 밥상을 차린다거나 설거지를 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안하죠”라고 말하며 양손을 젓는다.

처음 해보는 부엌일이라 서툴렀지만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도 기분이 좋았다고.
올해로 3년차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김 이장은 오랫동안 마을의 영농회장을 맡기도 해 마을주민들에게 착실한 일꾼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장 노인회장은 “마을에 노인이 많아서 차가 별로 없은께 이장이 트럭으로 거름을 실어다 주기도 하고 농사를 짓다가 모자란 것이 있으면 자기 집에서 가져다 주고 우리들 손발이나 다름없이 얼마나 잘한다고”라며 칭찬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신천2리는 우성, 용정 신정, 구동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돼 있다. 각 마을이 조금씩 떨어져있지만 구동마을에 위치한 마을회관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끊이질 않는다. 매일 점심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한 가족처럼 지내는 화목한 마을분위기는 신천2리의 가장 큰 자랑이다.

이날도 용정마을에 사는 지행순 어르신이 생일을 맞아 떡과 먹을거리를 장만해 마을주민들과 함께 생일을 치렀다.
한 어르신은 “우리 마을사람들은 생일 등 좋은 일이 있을 때 음식을 해 와서는 주민들과 함께 먹는다”며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고 좋은 날에 같이 웃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자랑한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신천2리는 마을주민들의 사이가 좋아 영광군에서 지원해주는 쌀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나 신천2리 마을주민들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한 어르신은 “저녁식사까지 함께 먹으니 쌀이 부족하지만 각자 집에서 가져오고 사먹기도 하면서 부족한 듯 살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부엌이 좁아 군에 건의했더니 작은방과 벽을 허무는 공사를 해줘서 덕분에 넓게 쓰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오히려 고마움을 전한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신천2리의 영농회장과 이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김 이장의 봄은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1년 농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해둬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승배 이장은 “마을이 잘 살고 주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야죠”라며 선하게 웃는다.
“젊은 이장이 동네 살림꾼이다”는 칭찬에 김 이장에 대한 마을주민들의 신뢰가 묻어난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