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성시를 이뤘다는 백수읍 대전2리(이장 배무환).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 옛 장터의 활기는 없어졌지만 건물들은 그대로 있어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 더 뼈아프게 전해진다.
백수서초등학교 옆에서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는 이상금(83) 어르신은 “날마다 길 양쪽으로 고기장사들이야 야채장사들이 길게 장을 펼쳐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옴서감서 물건들을 사가니까 언제나 북적북적했제. 근디 지금은 그 꼴을 못 봐~”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배무환(59) 이장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 어르신은 대전2리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이 어르신의 말처럼 대전2리는 인근 마을에서 어업,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해산물이나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상업이 성행했던 마을이다.
백수읍 지산리에서 태어났지만 일찍이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따라 대전2리로 이사 온 배 이장은 집 옆이 학교라 친구들의 부러움을 많이 샀던 슈퍼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백수서초등학교 졸업후 중·고등학교는 광주에서 졸업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고 있다.
특히 영광읍에서 친환경자재를 취급하는 업체를 운영하며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밭이 넓어 한밭뜰이라고도 불렸던 대전2리는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오늘날에도 190세대 400여명이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다.
올해로 7년차 마을살림을 맡고 있는 배무환 이장은 “80년대 새마을지도자를 했을 당시에 700여명이 살았다”며 “현재 주민수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큰 마을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대전2리는 주민들간의 가족과 같은 남다른 친밀감을 자랑한다. 배 이장이 이장을 맡은 이후 매년 유정순 부녀회장과 회원들의 주도로 효도관광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한 마을주민은 여행지에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DVD로 만들어 보관하던 것을 “한번 보라”며 보여준다. 여기에는 여행지에서 주민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겨있어 평소 화합하는 화기애애한 대전2리가 그려진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대전2리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은 마을을 지나는 도로의 확장이다. 7~80년대 건설된 도로가 폭이 좁을뿐더러 예전에 비해 차량통행량도 크게 늘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한 마을주민은 “우리 마을은 수십년째 같은 모습으로 발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 이장은 “도로 확장으로 더 깨끗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며 “행정관청에서 주민들의 숙원해결에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배 이장은 주민들이 그를 3번씩이나 이장으로 선출한 것에 대해 “더 잘하라고 뽑아 놨겠죠”라고 말하며 웃는다.
때론 오빠처럼, 아들처럼 마을 살림을 꼼꼼히 살피고 있는 배 이장은 마을 앞에서 주민을 만나면 멈춰 서서 “잘 지내시냐”며 살갑게도 안부를 묻는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