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로당 앞마당에 운동기구 좀 설치해줘~”
“우리 경로당 앞마당에 운동기구 좀 설치해줘~”
  • 영광21
  • 승인 2014.04.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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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경로당<홍농읍>

“오매오매 왔네. 안 오셔서 이러고 목이 빠져라 내다보고 있었소.”
유난히 넓은 마당이 눈에 띄는 문산경로당(회장 최형근)에 모여 앉아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문산경로당은 법성면과 홍농읍의 경계인 구암천을 지나면 처음 만나는 홍농읍 상하4리의 월봉, 신흥, 문산마을 등 3개 마을 어르신들이 여가를 즐기고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사랑방이다.

지난 2000년 건립된 경로당은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마련해 땅을 구입하고 건축비는 영광군에서 지원받았다고. 회원은 35여명으로 매일 2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점심식사도 함께 하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있다.

한 어르신은 “오늘 점심도 콩나물, 시금치나물, 파김치에 동태국을 끓여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한다.
부식을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십시일반 마련하기도 하고 마을이장이나 노인회장 등이 대접하기도 한다고.

경로당 회원 대다수가 농사를 짓기 때문에 한 겨울보다는 출석률이 저조하다. 아침이면 모여서 점심을 함께 하고 오후에는 들이나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기 위해 나가는 어르신들이 제법 많다. 지금이 한창 고추모종을 키우거나 복분자나무의 전지를 해야 할 때라고.

한 어르신은 “농사를 많이 짓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은께 우리들도 좀 바쁘다”고 말하며 웃는다.

문산경로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락은 10원짜리 화투놀이다. 화투패를 잡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다 같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다.
어르신들은 “우리는 노인들이라 화투놀이 하다가 힘들면 선수를 바꿔서 하기도 하고 옆에서 굿보고 응원하니까 최고로 재미있지”라고 입을 모은다.

경로당 한쪽에서는 한 어르신의 ‘예쁜 머리’가 새로운 화제거리가 됐다. 한 어르신의 파마머리를 보고 “어디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냐”며 칭찬이 이어졌다. 또 김정숙 어르신은 이날 염색을 하기위해 경로당을 찾았다고. 김 어르신은 “염색을 해야 쓰것는디 혼자는 못하잖아. 그래서 여기에 오면 사람들이 많은께 염색약을 좀 발라달라고 했어”라고 말하며 빙긋 웃는다. 모두 80세에 가깝지만 아직도 마음만은 소녀다.

이 가운데 어르신들은 영광군에 꼭 바라는 것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마을에 간께 요러고 몸을 비비 틀게 하는 기계가 있는데 참말로 좋아 보이더라. 우리 경로당 마당에도 그것 좀 설치해 줬으면 좋겠어!”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