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랑경로당<대마면>
마을입구에서 월랑경로당(회장 이현승 사진)이 자리한 마을 한가운데까지 가는 길에 은은하게 퍼지는 매화꽃향이 먼저 마중나왔다.
큰 창문을 활짝 열어 겨우내 웅크렸다가 햇볕을 쬐고 있는 월랑경로당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만났다.
이현승(73) 회장은 “어제 비가 와서 지금이 제일 바쁠 때여~”라고 말하며 바빠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내린 비가 반가운지 방긋 웃는다.
월랑경로당은 월산2리 원산마을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마을쉼터이자 어르신 사랑방이다. 마을 옆으로 월랑산이 자리하고 있어 대개 마을이름을 따서 짓는 경로당 명칭을 월산경로당이 아닌 월랑경로당으로 지었다.
이양정 이장은 “우리 마을주민이 60여명인데 경로당 회원수나 마을주민수나 똑같다”며 “그만큼 젊은사람이 없이 전부 다 노인이라는 뜻이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은 “내가 여기서 제일 어린디 나를 회장을 시켜놔서 골치가 아파 죽것어”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면서도 방긋 웃는 이 회장의 얼굴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이어 “나도 그렇고 경로당 총무와 이장까지 모두 말띠이다”고 “올해가 청말띠의 해라서 그런지 우리 청말띠들이 다 주름잡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월랑경로당은 1998년 마을주민들과 향우회의 도움으로 마련한 부지에 영광군의 지원을 받아 건립됐다. 경로당 건립당시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는 벽면에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 마을 앞마당에는 멋진 모정도 건립돼 마을 연못과 어우러져 운치를 이룬다.
이 회장은 “우리 경로당이 대마면에서 제일 먼저 건립됐고 마을모정도 흙으로 구운 기와를 얹어 멋지게 지어졌다”며 “그런데 제일 먼저 짓다보니 지금은 세월만큼 제일 오래된 건물이 되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한 어르신은 “건물이 오래돼 겨울에 웃풍이 세고 건물 곳곳이 낡아서 올해는 리모델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회원간 단합이라면 어느 경로당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이 가장 큰 자랑이라는 월랑경로당. 빠르게 흐르는 시간만큼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름에는 모정에 앉아 수박을 먹고 겨울이면 아랫목에서 십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며 쌓이는 정과 행복은 매화꽃향기보다 더 멀리 퍼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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