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눈으로 새시대를 열자
희망의 눈으로 새시대를 열자
  • 영광21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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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홀로서기에 박수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부쳐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대통령 선거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성장과정과 정치역정에서 자신이 보여준 진정한 홀로서기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막을 내렸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고, 계보조차도 없던 '뚝심'이 아득하게만 보이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의 정당사에 큰 획을 그은 '국민경선'이란 획기적인 제도가 세인들의 입에 회자될 때만 해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소속 정당의 갖은 악재가 난무한 가운데 치룬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의 참패가 있은 뒤라서 그의 앞날은 가시밭길보다 힘든 행보가 되리라 예상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론조사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마자 당내 실세들은 재경선이란 몽둥이로 후려치고, 후보단일화란 밧줄로 숨통을 죄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노무현 후보의 뚝심은 이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는 국민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답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편안한 타협을 피하고 힘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원칙과 신념을 지킨 그에게 국민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첫 대통령이란 중임을 맡겼다. 말없이 지켜보던 국민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다른 정치인들과의 차별성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후보단일화에서 '깨끗한 승복'이니 '아름다운 패배'라는 수식어를 얻은 정몽준씨의 지지철회라는 어린아이의 투정보다 못난 철퇴를 선거 하루전에 맞고도 의연히 일어선 그이기에 그에게 거는 우리의 기대 또한 크다고 하겠다.

우선 국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제껏 명분없는 성공보다는 차라리 명분있는 실패를 선택한 그에게는 이제 명분있는 성공을 이뤄야 하는 커다란 과제가 놓여 있다. 다음으로는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들까지 싸안고 가는 화합의 정치를 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신바람나게 살아가는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또한 지금까지의 대통령이 아름다운 퇴임을 이루지 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퇴임할 때까지 명예로운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원칙이 승리한다는 선례를 역사에 남긴 사람답게 명예스런 퇴임의 선례도 남겨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일들은 초심으로 국정을 이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 많은 분들이 당선이 되기 전과 되고난 후의 행동이 달라서 정치냉소주의를 이 땅에 심어놨다. 잘못된 정치에 의해 생겨난 병은 제대로 된 정치만이 고칠 수 있다. 지도자가 국민들의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충실히 실현시키다 보면 정치냉소주의는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승리는 민중과 민족, 청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엇박자가 일구어 낸 성과이다. 소외받는 사람이 없이 서민들까지 잘 살기를 바라는 민중의 열망, 통일된 조국을 그리는 민족의 염원, 참여없는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는 자각에 의한 청년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적절히 어우러져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어깨에는 더욱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비록 엄청난 짐을 졌어도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제가 여러분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한 그의 말이 지켜진다면, 새로운 시대와 당당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우리는 희망의 눈으로 새시대를 열어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행동을 일일이 지켜볼 것이다.
박찬석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