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노래하고 밥도 먹고 즐거워 죽것어”
“운동하고 노래하고 밥도 먹고 즐거워 죽것어”
  • 영광21
  • 승인 2014.04.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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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경로당<백수읍>

보리가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뾰족뾰족한 보리목이 고개를 내밀었다. 백수읍 약수리에 자리한 약수경로당(회장 지보일 사진)으로 가는 길옆으로 펼쳐진 넓은 평야에서 일찌감치 만난 보리목이 반갑다.

“지금 보리 고개가 나올 때인디 이때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이 나서 배고픈 때라고 해서 보릿고개란 말이 나온 것이여~”
한 어르신의 말에 다른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많이 먹어서 살을 빼려고 아우성이지만 옛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때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동시대를 살아와 그 어려움을 아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모여 함께 하는 점심식사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즐거움 그 자체다.
농사일로 한창 바쁠 때이기도 하지만 약수경로당 어르신들은 집에서 먹거나 자식들에게 보낼 정도의 농사만 짓기 때문에 크게 바쁜 일이 없어 아직까지 경로당이 북적거린다.
약수리로 시집와 평생을 살아와 이제 고향친구나 다름없다는 동갑내기 정길연(75)·신이순(75) 어르신은 “오늘도 상추 겉절이에 시금치나물 등을 맛있게 무쳐서 먹었다”고 자랑한다.

약수경로당은 40여명의 회원이 모여 여가를 즐기는 약수리의 조약, 진천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다.
한 어르신은 “날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데 다들 병원에 가고 놀러가서 그런지 오늘은 별로 없는 날이다”고 말한다.
약수경로당에서는 매주 목요일 영광군보건소의 지원으로 건강교실이 열린다. 이날도 건강교실 강사가 방금 다녀갔다고.

“요러케 요러케 몸도 비틀고 손도 올리고 노래도 하면서 운동한다”며 어르신들은 건강교실에서 배운 동작을 흉내 내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경로당 벽면에 달력 뒷면을 활용해 적어놓은 운영일지에서 지보일 회장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다. 수입과 지출 내역뿐만 아니라 귤 한박스부터 쌀 한포대까지 빠짐없이 꼼꼼히 적어놓는 등 투명하고 알뜰하게 운영해 매년 효도관광을 다녀왔다. 또 한빛원전과 자매결연을 맺어 목욕도 하고 수족관 구경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한 어르신은 “강원도에 가서 배도 타고 절에도 놀러가고 맛난 것도 먹고 얼마나 좋은디”라고 자랑한다.
강원도 어느 유명관광지인지 모르지만 여행지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보며 웃음 지어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 지어진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