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가을에 효도관광 떠나는 행복한 우리!
매년 봄·가을에 효도관광 떠나는 행복한 우리!
  • 영광21
  • 승인 2014.04.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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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 영광읍 백학1리 차정철 이장

때 이른 초여름 날씨에 길거리에서 겉옷을 벗어 든 사람들이 제법 많다. 몇몇은 벌써 조그마한 구멍가게 앞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이야기를 나눈다.
군청사거리부터 정주새마을금고까지 번화한 길거리 뒤로 자리한 백학1리(이장 차정철) 주거지의 좁은 마을길과 조그마한 구멍가게는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좁은 골목을 따라 도착한 백학1리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자 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백학정경로당 앞의 좁은 화단에 올망졸망 꽃을 틔운 노오란 수선화가 먼저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차정철(69) 이장을 만날 수 있었다.
차정철 이장은 “이장을 하면서 여기 경로당 총무도 맡고 있어서 바쁘다”며 “여기가 내가 주로 일하는 사무실이다”고 경로당 한쪽 조그만 방으로 안내한다.

여기에는 경로당과 마을의 살림을 꾸리는데 필요한 각종 서류가 가득하다. 며칠 후에 떠날 효도관광을 앞두고 참가인원 등을 미리 계산하느라 차 이장도 분주해졌다.
목포가 고향이지만 영광으로 이사와 백학1리에서 살기 시작한지도 벌써 40여년이 넘어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차 이장은 “영광에 잠깐 일보러 왔다가 좋아보여서 여기로 이사를 오게 됐다”며 “젊었을 때는 함석공업사, 꽃집 등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쉬엄쉬엄 마을을 위해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마을만의 자랑거리
백학1리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효도관광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정주새마을금고를 비롯해 백학리 출신의 행정공무원들로 구성된 한 모임에서 여행경비를 지원해줘서 어르신들과 함께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는 단풍구경 등을 위해 유명 관광지를 다녀오곤 한다.
차 이장은 “마을에 자금은 없지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뜻 희사금을 내 놓아서 마을주민들이 다 함께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다”며 “19일에도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분위기가 들떠있다”고 자랑한다.

행정관청에 바라는 점
백학1리는 성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주민들도 이곳으로 산책을 자주 다닌다. 이곳 주변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정을 건립하는 것이 마을주민들의 바람이다.
차 이장은 “행정관청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예산을 핑계로 거절당했는데 다른 사업들에 쓸 돈은 쓰지 않느냐”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 예산을 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읍사무소나 행정관청 직원들도 주민들이 작업복을 입고 가더라도 항상 친절하게 인사하고 업무처리를 도왔으면 한다”며 “일하다가 급히 흙 묻힌 작업복을 입고 행정관청을 찾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영광군민 대다수의 모습이 아닌가”라고 당부했다.

마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
차 이장은 예전에도 6년 정도 이장을 맡아 소방도로 개설, 경로당 건립 등 많은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개인 건물에 전세금을 주고 임시로 경로당으로 사용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의 백학정경로당이 있기에 뿌듯하다고.
차 이장은 “이제 나이도 많아 마을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며 “용돈은 자식들이 준께~”라며 환하게 웃는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