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건강해야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요”
“내 몸이 건강해야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요”
  • 영광21
  • 승인 2014.04.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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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하<자원봉사자>

화려한 철쭉이며 이름 모르는 꽃나무 등이 완연한 봄기운을 뽐내는 자그마한 정원에서 목장갑을 끼고 화분갈이를 하는 등 작업이 한창인 정경하(60)씨를 만났다.
그녀는 흙이 잔뜩 뭍은 장갑을 털어내며 “가정주부가 한가로워 보이지만 할 일이 태산이다”고 웃는다.

정씨는 영광군 수화통역센터에서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사소통을 돕는 등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녀가 수화통역센터 농아인들과 만난 것이 벌써 4년. 봉사란 것이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선뜻 나서기 쉽지 않지만 우연히 맺은 인연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는 따뜻한 사람이다.

정씨는 “오래전부터 우도농악을 해오고 있는데 우연히 수화통역센터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인연이 돼 봉사를 해오고 있다”며 “요즘은 바쁘단 핑계로 자주 못 찾아갔는데 쑥스럽다”고 자신을 낮춘다.

정씨는 수화를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지만 농아인들과 오랫동안 만나다보니 수화를 하지 않더라도 눈빛을 보면 말하려는 의도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눈빛만 봐도 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아닐까.
정씨는 “우연히 시장에서 만난 농아인들이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기도 하고 많이 친숙해져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해 주셔서 그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 30대 때부터 영광군자원봉사대원으로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정씨는 몇 번이고 “특별한 봉사를 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한다.
정씨는 “결혼과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데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면 집에 혼자 있을 때 매우 허탈했다”며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웠고 창문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것이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정씨가 마음의 병을 치료한 것은 농악과 봉사다. 그 즈음에 목욕봉사를 시작했고 장구를 배웠다. 지금은 단주1리 부녀회장도 맡고 요양보호사로도 활동하는 등 누구보다 즐겁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녀에게 장구와 봉사가 약이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몸이 건강해야 자원봉사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정씨는 지금까지 해오던 봉사를 충실히 하는 것이 바람이다.

정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의사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농아인들은 의사소통이 힘들어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많고 답답함의 표현으로 욱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한발자국 물러서서 함께 생각하고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조윤서 기자 yg21n@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