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사고 실종자 가족 돕는 자원봉사자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의 말이다. 이 여성은 얼굴도 들지 않은 채 쭈그려 앉아 신발을 정리하며 바닥을 물걸레로 닦았다.
그 사이로 ‘빨래 세탁 해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조심스럽게 지나는 남성 봉사자가 보인다. 이 남성은 탈진한 상태로 누워 있는 실종자 가족들 사이를 오가며 빨래를 모았다.
이들뿐 아니었다. 체육관 안팎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들은 묵묵히 일하면서도 이름이나 얼굴 알리기를 피했다. 실종자 가족들과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피붙이의 생사도 모른 채 애를 태우고 있는 가족들에게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저 숙연한 마음으로 말도 없이 맡은 일만 했다.
헌신적인 봉사활동 실종자 가족 위안
팽목항 가족대기소에서 봉사하는 활동가들도 매한가지였다. 실종자가족 신원확인실 뒤쪽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던 한 할머니는 “실종자 가족들이 서럽게 울고 가는 곳이 여기”라면서 “더러우면 안 될 것 같아 깨끗이 청소를 하고 있다”고 했다.
복지단체의 봉사활동도 줄을 잇고 있다. 목포시복지재단은 실종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 잠수부들의 기력 회복을 위해 사랑의 밥차를 몰고 와 닭백숙 450인분을 제공했다.
전북자원봉사센터와 거제종합사회복지관, 진도노인복지관은 이동 세탁차량을 몰고 와서 실종자 가족들의 의류를 세탁해 줬다.

특히 진도 공직자와 주민들의 봉사는 눈물 겨울 정도다. 공직자들은 연일 사고 수습 지원과 민원처리를 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식사 도우미에서부터 구호품 운반, 쓰레기수거, 차량봉사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고해역 인근의 조도면 어민들은 사고 직후부터 긴급구호,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을 돌봤다. 충남 선문대학교에 다니는 아프가니스탄 유학생 예비부부 마하크파란기스와 샴스샤민씨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구호물품 배부와 현장 환경정리를 도왔다.
경북 울진의 한 어린이집 교사(25·여)는 “자원봉사를 위한 휴가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사직서를 내고 왔다”고 했다. 그녀는 현장에서 배식 보조, 쓰레기 수거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동육어촌계 등 진도의 14개 어촌계에서는 제 철을 맞은 꽃게잡이까지 미루고 어선을 동원해 잠수부들의 실종자 구조 및 수색활동을 돕고 있다.
공무원들도 현장지원반 등을 편성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며 갖가지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전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며 긴급 구조, 실종자 가족을 위한 의료, 행정지원 등을 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숙소, 대기소 청결 유지
전국 각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구호물품도 잇따르고 있다. 날마다 1t 트럭 몇대 분량의 구호물품이 들어왔다. 물품도 쌀과 라면, 생수 등 먹을거리에서부터 생필품, 속옷과 겉옷, 담요까지 다양했다.
진도군민들도 모두 내 일처럼 팔을 걷고 나섰다. 박용환 진도청년회의소 회장은 “내 새끼가 저러고 있는데 어디 밥인들 넘어 가겠냐”면서 “밥 한숟가락 못 뜨는 가족들을 보면 눈물이 나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라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처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전국에서 답지한 구호물품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하루 평균 1,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숙소인 체육관과 팽목항 가족 대기소 주변이 깨끗이 유지되는 것도 그 덕분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내 일처럼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틈틈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성태 전남도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자들은 천막에서 쪽잠을 자면서도 모두가 내 일처럼 말없이 봉사하며 실종자 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고 있다”면서 “배식 지원과 세탁 지원, 물품 하차와 정리, 방역활동, 체육관과 팽목항 가족 대기소 주변 청소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남새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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