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시정 필요해요”
“시원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시정 필요해요”
  • 영광21
  • 승인 2014.05.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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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갑동경로당<영광읍>

영광읍 사직아파트 관리사무실옆 사직갑동경로당(회장 김영곤 사진)을 찾기란 초행길인 사람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관리사무소의 간판만 있을 뿐 경로당이나 쉼터임을 알리는 간판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예산부족이란 이유로 간판 설치를 계속 미루고 있다”는 경로당 회원들의 이야기다.
영광읍 단주리 사직아파트 101동에 위치한 경로당은 새 건물로 오해할 정도로 내부가 깨끗했다.
김영곤(72) 회장은 “곰팡이가 피고 장판이 다 찢겨져 도배·장판 교체와 불편한 싱크대 교체작업을 한게 불과 한달 전이다”고 소개한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마침 8일 어버이날었는데 한 어르신이 “오메 여기 옴시롱 카네이션 하나라도 사갖고 와서 고생하는 우리 총무님께 달아드리제 그랬어”라고 농담을 던진다.
사직갑동경로당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홍연(78) 어르신은 매일 모이는 10여명의 어르신을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봉급도 없고 휴일도 없이 우리들의 식사준비를 해준께 더 없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며 “우리 총무는 음악을 좋아해 기분 좋은 날엔 일어나서 춤도 추고 해”라고 웃음을 터트린다.
사직갑동경로당은 20여명의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있다는 특성상 잦은 이사로 들고나는 입주민들이 많아 꾸준히 다니는 회원들은 없다고.
김 회장은 “건평이 12평으로 좁은 경로당은 남자 회원들이 불편함을 느껴 잘 오지 않아 이제는 회장을 제외하고는 여자회원들뿐이다”며 “남자경로당을 따로 건립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예산부족이라며 설계비용으로 300만원을 주면 2,000만원 상당의 경로당을 건립해주겠다는 말만 돌아왔을 뿐 현실적으로 300만원을 준비할 수도 없을뿐더러 부지조차 마련하기 힘든 현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직갑동경로당은 운영자금 부족으로 인해 한동안 폐쇄됐다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영복 어르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다른 경로당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길 바란다”며 “부족한 예산으로 운영을 어떻게 할지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도 “지금 우리의 실정은 가정이나 사회에 힘이 없는 세대”라며 입을 모았다.
“우리 노인들뿐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도 시원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시정만이라도 건립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김 회장의 두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조윤서 기자 yg21n@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