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질서의 존중과 추종
기존질서의 존중과 추종
  • 영광21
  • 승인 200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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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21시론 - 노무현의 집권과 지역사회
2차례의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5년전 대한민국 건국 50여년만에 수평적 첫 정권교체로 이뤄낸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같은 진한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한다. 노 후보의 당선은 건전한 원칙과 상식을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바랬을 '돼야 할 것인데'라는 당위와는 달리 '될 것인가'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졸이게 했다.

노 당선자의 대통령직 당선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노 당선자는 1년전 자신의 후원회장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한 80년대 청년학생들의 부모가 그것이 '설령 정의이고, 진실일지라도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눈치보며 살으라'고, 비겁한(?) 교훈을 가훈으로 가르쳤던 역사에 대해 통탄해 했다.

이러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불의와 정당하지 못한 권력에 맞서 정의와 원칙이 현실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우리의 젊은이들이 정의를 이야기하며 실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그 때문인지 노무현 당선자가 걸어온 14년간의 정치역정은 당장의 현실에서는 좌절과 비웃음을 샀지만 결국 대통령 당선자로 열매를 맺게 했다.

어느 누구나 쉽게 원칙과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소위 언행일치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동서화합과 원칙을 강조했던 노무현의 당선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치평론계 일각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집권이 한국사회의 외형적 제도변화(개혁)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 즉 국민들의 사고에 일대 혁명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대선이 한줌 모래알 같은 힘없는 소수라고 해도 모이고 모이면 원칙과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주장과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에서 힘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행동하고 의사결정에 쫓아가는 낡은 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식있는 이들의 행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기존 질서에 대한 존중보다는 권력과 힘에 대한 추종같은 자세는 책임있는 이들이 행할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영광이 그래도 비굴하지 않겠다는 자존있는 '굴비'골이지 않는가.
현재 지역사회가 안고있는 이런 문제는 '어른'이 없는데서 확대 재생산된다고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나이먹은 후배는 있어도 존경할만한 어른은 없다'는 말이 내비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영광지역은 '장'이라는 직함이 많다. 술 한잔 마시는 가벼운 자리일지라도 5명중 절반 이상이 '회장' 소리를 듣는 때도 있다. 십수년이상 한 자리를 꿰어찬 '경륜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은 물러날 때와 들어올 때를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추하게 밀려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간에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기존 질서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자기모범 창출과 새로운 질서창조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자주 순환돼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집권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의식전환의 큰 물꼬를 텄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