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옆으로 새로운 비닐하우스를 신축하기 위해 걸음 폭으로 파이프 길이를 재고 있는 남편을 옆에 두고 아내는 부부의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5년전 김종봉(67)씨가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귀촌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은 묘량면 삼효리에 정착하게 됐다는 부부.
진중한 남편, 활달한 부인
“친구들이 먼저 강원도로 귀농을 했는데 너무 춥고 농사도 짓기 힘들다고 절대 강원도로는 오지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따뜻한 남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찾다가 영광으로 오게 됐죠. 우리 남편이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침 저수지도 바로 앞에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천진난만할 정도로 밝은 표정의 윤명숙(63)씨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만 생활해온 서울 토박이인 그녀는 5년 만에 영광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사해 오자마자 2개월만에 마을부녀회장을 맡기도 했다는 그녀의 적응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에는 영광군귀농·귀촌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고 올해는 유통분과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난 적응력을 자랑하는 윤씨도 오랫동안 사귄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시골로 이사를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윤씨는 “사실은 제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도 했고 서울에 친구들이 많아서 이사를 오기 싫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집에 있는데 혼자 두고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미안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퇴직후에 우울증 같은 병을 앓잖아요. 그래서 남편을 위해서 시골로 이사를 오기로 결정했죠”라고 말한다.
부부는 고구마나 고추, 콩 등 다양한 밭작물을 키워 서울에 사는 친구들에게 판매한다. 처음 짓는 농사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제는 제법 실력있는 농사꾼이 됐다.
윤씨는 “내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까 어렵기도 하고 시중에서 파는 농산물을 신뢰할 수만은 없더라”며 “친구들한테 판매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면 ‘잔소리하지 말고 먹어라’고 거의 강매하다시피 하는데 그만큼 내가 키운 농산물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고 웃는다.
윤씨는 지난해 직접 키운 콩으로 된장을 만들어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장을 담그는 비법은 노인돌보미로 일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전수받았다.
윤씨는 “영광에서 살면서 친구도 많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노인돌보미로 일하면서 어르신들은 내가 말동무가 되니 좋아하시고 나 역시 어르신들이 나의 말동무가 돼 주셔서 좋다”고 말하며 방긋 웃는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키운 아로니아의 수확을 앞두고 있는 부부는 “아직 열매도 안 땄는데 벌써 20㎏ 주문받아놨어요”라고 배꼽을 잡는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