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발전은 떠나온 사람 모두의 바람”
“고향 발전은 떠나온 사람 모두의 바람”
  • 영광21
  • 승인 2014.06.05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성 / 재경홍농서초총동문회 초대회장

“홍농읍 계마리 279번지. 지금 한빛원전 홍보관이 들어선 자리가 우리집이었죠.”
일찍이 고향을 떠났지만 언제나 마음은 고향을 향해 있다는 이 성(65) 재경홍농서초등학교총동문회 초대회장을 만났다.

5월24일 홍농서초총동문회 이·취임식과 함께 열린 동문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 동문들과 버스를 타고 온 이 성 전회장은 버스가 모교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바삐 움직였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사람과 악수를 나누는 그의 표정이 어떤 때보다 환하다. 이날은 동문모임뿐만 아니라 한빛원전과 후원협약을 맺는 날이어서 더욱 특별한 날이었다.

이 전회장은 전교생이 20명도 되지 않아 폐교위기에 처해있던 모교를 살리기 위해 학교내 골프연습장 설치부터 미국의 펀힐초등학교와 자매결연 협약까지 짧지 않은 과정을 단숨에 소개했다.
“원자력발전소라는 국가기관이 들어왔으니 일대가 더 발전돼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니 성산리, 계마리 일대의 주민들이 떠나면서 폐허가 돼서 귀신이 나오게 생겼어요.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그래서 우리 고향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먼저 학교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해서 동문들과 힘을 모아서 시작한 것이 골프부 구성이다. 홍농서초가 유명 골프선수인 신지애 선수의 모교이기도 했기 때문에 학교와 논의해 골프부를 만들었다.
이 전회장은 “당시에 우연히 만난 박찬수 전도의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학교내에 골프연습장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 펀힐초교와의 자매결연 역시 박찬수씨가 미국에 있는 친구 등과 연락을 해 백방으로 뛰어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홍농서초 학생들은 펀힐초교와의 자매결연으로 매년 겨울방학에 1달 동안 홈스테이를 통해 미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필요한 항공료 등의 비용은 한빛원전에서 후원해 주기로 했다. 더 넓은 문화를 체험하고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회장의 고향살리기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홍농의 금정암 복원부터 활기넘치는 성산리·계마리, 나아가 영광군의 발전이 그의 숙원사업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자신을 ‘떠나온 죄인’이라고 표현하는 이 전회장이라서 지금의 고향의 모습이 더 아프다.

“학교살리기가 최종 목표는 아니예요. 전후사정은 어찌됐던 지금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면 함께 상호신뢰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원전측은 안전한 운영을 약속해야 하고 성산리·계마리와 홍농읍에 이어 영광군까지 발전했으면 해요. 그것이 탯줄을 묻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바람이예요.”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