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 현재를 사는 사람의 몫
과거사 청산 현재를 사는 사람의 몫
  • 영광21
  • 승인 2004.1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참여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입법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입법과정이 불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왜곡되고, 왜곡을 통해 현실에 대한 반성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반성을 하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할 부끄러운 과거사의 청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세대도 역시 후대에 부끄러운 과거를 만들었다는 청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반드시 새로운 미래를 위해 뛰어넘어야 할 과제로 과거사 청산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과거사 청산 입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추진하자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사 청산이라는 과제를 후세 역사가들에게 맡기자고 한다. 과거사 청산이라는 과제를 후세 역사가들에게 맡기자는 주장은 참으로 비현실적이며 부끄러운 과거를 피해가려는 잘못된 발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과거사 청산은 결코 학자들의 몫이 아니다. 현재의 역사를 후세 역사가들이 어떻게 청산할 수 있는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부끄러웠던 과거로 정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사의 청산에는 일본제국주의와 이들이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했던 군사독재정권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개인사, 가족사 또 왜곡된 우리의 역사를 정의로운 출발점으로 만들자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역사가들이 보편적으로 정리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현재 살아있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오늘날 바로 잡아야할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과거사 청산이 결코 학자들의 몫이 아닌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학계에도 청산해야 할 부끄러운 과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근대 교육제도인 대학이 설립되고 또 근대학문이 들어왔기 때문에 제도와 학문자체에도 식민지의 부끄러운 유산이 아카데미즘이라는 미명하에 현재까지 우리의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부끄러운 우리의 학문현실이다. 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과거사 청산에는 이러한 부끄러운 과거의 학문에 깔려있는 흔적까지 깨끗하게 하자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80년대까지 식민지 시대의 사회주의 독립운동이나 예술 분야에서 사회주의 계열에 관한 연구가 권력에 의해 얼마나 많은 감시와 탄압을 받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것이 분명해진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학문도 이제 좌우의 날개로 동시에 새롭게 날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과거사 청산은 필수 과제인데, 이러한 과제를 현재의 왜곡된 학문의 영향이 남아있을 후세의 학자들에게 남겨줄 수는 없다. 과거사 청산은 항상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제인 것이다. 그래야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가진 재산이라고는 통장에 있는 29만원이 전부라고 했는데 수십억원대의 숨겨둔 땅이 들통나서 국민을 분노케 했다. 물론 29만원이 전 재산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얼마나 국민을 얕잡아 보았으면 그 따위 소리를 당당하게 지껄였을까 생각하면 울화가 터진다. 국민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그의 처사는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서글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을 더 이상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