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치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지”
“북을 치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지”
  • 영광21
  • 승인 2014.07.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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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수 어르신 / 남도국악제 고수부문 우수상

“이제 나도 나이가 먹어서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불갑면의 배광수(77) 어르신의 푸념이다. 남도국악제 고수부문 노령부에서 우수상을 받았지만 국악제가 끝난 후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다고. 남부러울 것 없이 팔팔하던 젊은 시절은 덧없이 흐른 세월 앞에 힘이 없었다.

이제는 아픈 몸을 “나이가 먹었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노인이 됐다.
그러나 팔순이 가까운 노인이라도 북 앞에 앉으면 기운이 펄펄 솟아난다. 온 몸이 북을 때리는 박자에 맞춰 들썩인다.
배광수 어르신은 “젊었을 때에는 농악놀이패로도 활동하면서 전경환 선생 밑에서 대포수를 맡기도 했다”며 “이제 나이 들어서 농악놀이는 못하고 북이나 판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북은 혼자만 잘 친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판소리와 함께 어우려져야 하므로 판소리도 익힌다. 그래서 고수부문뿐만 아니라 판소리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배 어르신은 “지난달에는 저기 경상남도 사천에서 열리는 대회까지 다녀왔다”며 “대회에서 상을 받아도 즐겁고 못 받아도 즐겁다”고 웃는다.
배 어르신에게 북은 즐거움 그 자체다. 불갑면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농부로 살아온 배 어르신에게 북은 짬짬이 쉬는 휴식이기도 하다.

배 어르신은 “북을 치면 머리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고 마음이 차분해 진다”며 “또 각종 대회에 나가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북을 치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 자체가 즐거워서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집사람이 많이 이해해주고 응원해줘서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고 평생을 함께 해 온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

배 어르신의 집안에 들어섰을 때 북이 가장 먼저 반긴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연주하기 위해서 집으로 드나드는 입구에 북을 놓았다.
“농촌에서는 쉬는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시간이 나면 여기 앉아서 연습을 한다. 피곤하더라도 북채를 잡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며 가르키는 북에는 여기저기 손때가 묻어 배 어르신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정월대 보름이나 큰 잔치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펼쳐지던 농악놀이를 보고 자연스레 우리 전통음악이 몸에 익었다는 배 어르신에게 북은 죽는 날까지 함께 할 친구다.
“이제 늙어가지고 취미가 뭐 별다른 것이 있겠어요? 그저 내가 즐겁게 소리도 하고 북도 쳐야지. 암만, 죽는 날까지 힘이 닿는다면 북을 쳐야제.”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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