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에 넝쿨째 굴러들어온 욕심쟁이 공예가
영광에 넝쿨째 굴러들어온 욕심쟁이 공예가
  • 영광21
  • 승인 2014.07.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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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중학교를 지나 백수해안도로를 향하는 길에 자리한 옛 농어촌공사 건물에서는 온갖 공예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이 건물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활기가 넘치게 된 것은 신서령(48) (사)한국문화예술진흥회 공예총괄본부 전라남도 본부회장이 터를 닦고부터다.

경상도 말씨가 남아있는 경북 김천시가 고향인 그녀는 3년전 이 곳 백수읍이 마음에 들어 정착했다. 기반이 약한 호남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공예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신서령씨는 “전남과 전북 등에서 활동하려면 영광지역이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었다”며 “오랫동안 공예가로 활동해왔는데 8년전 큰 병을 앓으면서 일은 그만하고 놀면서 작품도 만들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이곳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과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 홀로 영광지역으로 왔다는 그녀는 혼자 살지만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씨는 “다들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제가 심심할까봐 자주 연락을 하는데 사실은 만날 사람도 많고 할 일이 많아서 얼마나 바쁘다고요”라고 활짝 웃는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뇌출혈
부산지역에서 공예작가와 공예치료 강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그녀는 올해로 35년차인 공예작가다. “공예란 것이 마약이라 배울 것이 끝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가 취득한 자격증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공예에 대한 욕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던중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발생한다. 부산교육지원청의 요청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는 학생들의 공예치료교육에 관한 책을 만들다 뇌출혈으로 쓰러진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특색있는 체험프로그램 필요해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아직 그대로다.
욕심 많은 그녀는 “영광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색다른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씨는 경험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아이디어 창고다. 그래서 어느 지역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틀에 박힌 체험프로그램이 아쉽다고.

신씨는 “어느 축제를 가더라도 지난해에 체험프로그램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굳이 가겠냐”며 “상사화축제를 예로 들면 틀에 박힌 체험보다는 올해는 빨간 꽃무릇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 내년에는 노란상사화를 테마로 한 프로그램 등 매년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백수지역에 사는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틀에 박힌 농촌체험보다는 직접 감자나 고추수확 등을 체험하고 이를 가지고 압화 등 다양한 공예작품과 연계한 특색있는 체험을 통해 보다 많은 가족들과 관광객이 찾아오는 영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의욕과 열정이 가득한 그녀는 넝쿨째 굴러들어온 영광의 보물이 아닐까.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