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21> 신년사
'대~한민국'이란 새로운 구호가 온 나라에 메아리친 2002년을 보내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2002년을 돌이켜 보면서 가장 가치있는 의미를 꼽는다면 뭐니뭐니 해도 해방이후 처음으로 주류가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2003년에 거는 기대는 다른 해와는 자못 다릅니다.
해바라기성 기득권 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던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주류의 교체로 인해 정치권의 변혁은 불을 보듯이 뻔하고, 정치권의 변혁에 따라 사회전반에는 획기적이고 발전적인 변화의 도도한 물결이 넘칠 것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와 조국의 분단을 거치면서 출생한 기득권 세력은 미군정과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형성된 두꺼운 보호막 아래에서 자신들의 뜻대로 이 나라를 요리했습니다.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나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득권 세력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맘대로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해온 많은 보통사람들은 그냥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에너지가 이번에 침묵을 깨고 분출됐습니다. 많은 세월동안 응집된 에너지는 기존의 질서를 한꺼번에 깨뜨리며 한국사회의 가장 고질병인 정치권력을 바꾸기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돈과 권력, 지역과 학벌로 철저히 무장된 수직적인 위계질서의 성역은 사정없이 무너졌습니다. 정치권에 불어닥친 바람의 파장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2003년의 한국사회는 분명 희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주도되는 정치권의 변혁은 가치관의 변화를 동반합니다. 가치관의 변화는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를 장악해온 구주류와의 힘겨운 한판승부에서 판정승을 거둔 신주류의 앞에는 풀어야 할 숱한 과제가 쌓여 있습니다.
우선 패배의 허탈에 빠진 구주류의 발목잡기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발목잡기는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다지 걱정할 게 못됩니다.
다음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기를 새로운 정부에게 권합니다. 전국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반미감정과 생존전략이기에 초강수로 일관하는 북한 핵정책에도 능동적인 대처를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경제발전과 부의 효율적인 분배를 이루어서 국민적 여망인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모든 일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엄혹한 현실에 서 있는 지역도 엇비슷합니다. 지역외적 상황은 우리에게 더 이상 현재에 안주해 있도록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세상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지만 지역은 정체돼 있다고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내딛고 전진하려는 움직임은 개별적으로 분산돼 안타깝게 합니다. 이제는 고민보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입니다.
지난해 10월 창간한 <영광21>은 현실에 대한 자구책과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 지역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아직은 작고 엄혹한 현실앞에 이상과의 괴리도 느낍니다.
하지만 참고 기다려 주시는 독자와 주민, 향우들의 애정과 <영광21> 식구들의 헌신 덕분에 부족하지만 정상적인 괘도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지난 시기 새로운 해를 맞았을 때마다 꿈과 희망을 그려 왔습니다. 어려웠던 지난해보다는 새해에는 더 나아 질 수 있도록 하자라는 목표를 추구해 왔습니다.
<영광21>은 새해 새아침의 목표가 단지 추상적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에서 이룰 수 있도록 작은 부분이나마 맡은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불가능하게 보이던 여러 가지 일들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 몫입니다. 독자와 주민, 향우들의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박찬석<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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