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이 사라질까 봐 안타깝다”
“우리나라 전통이 사라질까 봐 안타깝다”
  • 영광21
  • 승인 2014.07.17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우 / 짚풀공예

불갑면 우곡리 마을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는 시정이 보인다. 뜨거운 한낮 더위에도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드는 이 시정은 마을사람들에게 만수연봉정이라고 불린다. 만수를 누릴 정도로 좋다는 시정아래 팔순노인의 짚풀인생도 쉼이 없다.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서 나의 지난 짚풀인생을 돌아보는데 참 허무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이 천대받고 외면당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짚풀을 비비고 꼬며 무언가를 만드는데 열중하던 홍성우(81) 어르신은 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뱉었다. 망태, 멍석, 바구니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지푸라기로 만들어 쓰던 시절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홍 어르신이 지푸라기를 든 것은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신발 한짝을 만들더라도 색깔이 다른 풀을 섞어 멋들어지게 만들어내는 홍 어르신을 옆에서 지켜보던 동네주민들은 “누가 저것을 사람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것소. 재주꾼중에 재주꾼이지”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시정 앞에 자리한 홍 어르신의 집은 짚풀로 만든 신발이며 광주리, 멍태 등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는 전시실이나 다름없다. 입구에서부터 지푸라기로 만든 태극기와 한반도기, 시계까지 구경할 수 있다. 한반도기에는 독도도 빼놓지 않은 홍 어르신의 재치가 엿보인다.

또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발로 짚풀을 지지하면서 손으로 만드는 동안 장시간 허리를 굽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구도 눈에 띈다. 이는 홍 어르신에게 이 일이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홍 어르신은 “내가 이렇게 물건을 만들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돈도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마디씩 한다”며 “우리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세상 모든 것이 돈이 되냐 안되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짚풀공예를 배우겠다고 다녀갔지만 한달만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며 “내가 죽고 나면 그 명맥이 끊어질까봐 무섭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우리 전통을 이어가고자 노구의 몸을 이끌고 전국으로 대회도 출전하고 광주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지만 팔순노인의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요즘에는 지푸라기나 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짚풀공예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부른다. 그러나 멋진 이름만큼이나 홍 어르신과 같은 재주꾼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는 무심한 것이 현실이다. 홍성우 어르신에게 짚풀은 인생이기도 하지만 너무 아픈 손가락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