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월주민들이 그리운 맥가이버 해양경찰
낙월주민들이 그리운 맥가이버 해양경찰
  • 영광21
  • 승인 2014.07.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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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옥 / 전해경낙월출장소장

전라북도 군산의 군산항에서 배로 3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닿는 어청도. 이 먼 거리에서도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낙월도를 그리는 이가 있다. 낙월도의 맥가이버로 불렸던 이종옥 전해경낙월출장소장이다.
“이상하게도 낙월도는 육지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데도 많이 낙후돼 있었어요. 오죽하면 어르신들께서 해변산중이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낙월이 고향도 아니고 고작 1년간 근무했을 뿐인데 이 전소장에게 낙월은 언제나 마음에 얹혀있다. 현재 군산해경에 소속돼 어청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종옥 전소장의 구수한 군산말투가 정겹다.
이 전소장은 지난 2012년부터 1년간 낙월면에서 근무를 하다가 “오래오래 낙월에 머물러 달라”는 많은 주민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발령을 받아 낙월을 떠나왔다.

이 전소장은 낙월출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집집마다 고장이 난 가전제품, 오토바이, 자전거, 보일러 등을 수리해주는 맥가이버를 자처했다.
섬지역이라 빠른 수리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가전제품이나 보일러 등 고장이 나도 한달 이상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주민들을 위해 그가 손을 걷어 부친 것이다.

이 전소장은 “TV를 수리해달라고 부탁하기가 미안해서 고장이 난지 한 달이 넘어서야 나를 찾은 한 어르신댁의 TV를 수리해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오토바이 안장이 볼록 올라와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양파, 감자, 파 등이 2~3개씩 담겨 있더라구요. 그걸 가지고 다시 어르신에게 돌려주러 갔더니 ‘정말 고마운데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며 기어코 손에 쥐어 주셨어요. 그 일 이후로 주변에 출장을 가면 꼭 들러서 고장난 것이 있으면 이것저것 수리해 주기도 하고 그랬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회상했다.
이 전소장은 또 군산새만금봉사단과 협조해 좀처럼 문화생활을 할 수 없는 섬주민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정든 낙월에 오랫동안 머물며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지만 발령으로 그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그래서 올해 5월쯤 그가 활동하는 음악봉사단과 낙월을 다시 한번 찾을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유병언 일가가 중국으로 밀항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중국해상과 맞닿은 어청도에 있는 그도 덩달아 바빠졌기 때문이다.

이 전소장은 “내년에 퇴직을 하면 그때는 꼭 다시 한번 낙월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한다.
해양경찰로 근무하던 곳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지금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이 전소장. 40여년의 해양경찰 생활을 마무리하는 날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아쉽지는 않다. 그에게 40여년의 시간만큼 그 곱절의 귀중한 인연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낙월도 주민들처럼 말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