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이 모자랄 정도로 부지런한 농부
1년 365일이 모자랄 정도로 부지런한 농부
  • 영광21
  • 승인 2014.07.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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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군서면 정성도·땅티화이한씨 부부

빨갛게 익은 고추가 탐스럽다. 따갑게 내리쬐는 여름햇살에도 고추를 따는 땅티화이한(26)씨의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고향 베트남에서는 해본 적 없던 농사일이라 힘들기는 하지만 고추 수확철 만큼은 즐겁다.
땅티화이한씨는 능숙하지 않은 한국말로 “다른 농사일은 어려운데 고추 따는 일은 정말 좋아요. 빨간 고추를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활짝 웃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남편 정성도씨는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올해로 결혼 3년차인 부부는 서로를 ‘오빠’, ‘부인’이라고 닭살스럽게 부르는 잉꼬부부다.

사업실패후 돌아온 고향, 군서
군서면 덕산리가 고향인 정성도씨는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 졸업후 일찍이 상경했다. 방제공장에서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며 주로 의류를 만드는 공장에서 남부럽지 않은 위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또 여기서 쌓은 경험으로 중국과의 무역사업에도 뛰어들어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정성도씨는 “사업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여러차례 겪었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재기를 못해 한 종교시설에 무보수로 봉사하고자 들어갔다”며 “그런데 그곳에서 생활하던 중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그길로 몇십년만에 고향으로 도망치듯 오게 됐다”고 회상한다.

귀농 3년만에 완벽한 농부로 변신
그렇게 많은 빚을 지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정씨 특유의 부지런함이 빛을 발했다. 농사를 짓는 고향친구들과 친동생의 농사일 돕기를 1년. 그에게도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정씨는 “농사를 지으려고 중고 경운기를 한 대 샀는데 지나가던 어르신이 그것을 보고 ‘자네 경운기는 뭐하러 샀는가’라고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했더니 ‘땅은 구해놨는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지금부터 구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고 당시 무모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는다.

그렇게 시작한 농사일은 조금씩 불어 귀농 3년만에 100마지기가 넘는 논밭을 경작하고 있다.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올해에는 운이 좋게 좋은 농토를 구입하기도 했다며 즐거워하는 부부다.
정씨는 “농촌에서는 대개 농한기가 있는데 나는 농한기에도 쉬지 않는다”며 “한 여름철에는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팔고 겨울에는 산에서 칡을 캐서 칡즙을 만들어 파는 등 꾸준히 수입을 내고 있다”고 자랑한다.

1년 내내 쉬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뿐만 아니라 하루 24시간중 잠을 자는 시간도 고작 3~4시간에 불과하다.
땅티화이한씨는 “오빠는 잠이 없고 저는 많아서 조금 힘들어요”라고 애교섞인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부지런히 산 덕분에 그 많던 부채를 모두 청산하고 결혼도 했다고.
“신용불량자였던 제가 지금은 나라에 세금을 내는 성실한 납세자가 됐어요. 또 부인과 결혼도 하고 영광에서 새롭게 출발한 새 삶이 정말 좋다”며 “올해는 건강한 2세를 만나고 싶다”고해맑게 웃는 부부의 모습이 보기좋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