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씨 좋은 이발사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씨 좋은 이발사
  • 영광21
  • 승인 2014.08.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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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섭 / 군서면의용소방대장

군서면 만금리 버스정류장 옆 <만금이발관>의 이발사는 오늘도 이발관의 문을 열었다.
40여년전 처음 이발관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손이 모자랄 정도로 하루종일 손님들이 밀어닥쳤지만 지금은 한산하다. 그렇지만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들이 굳이 머리를 자르지 않더라도 들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쉬어가기도 해 문을 닫을 수 없다.

어린 총각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2남4녀의 아들딸들을 공부도 가르칠 수 있게 해준 것이 다 이발관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가 정성스럽게 머리를 매만져 주고 또 그런 그를 언제나 찾아왔던 어르신들의 얼굴보다 부고를 듣는 일이 더 많아 마음이 저리다.

군서면에서 이발관을 운영한지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임권섭(59) 군서면의용소방대장. 17살 때부터 이발관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해 배운 기술로 이발관을 운영한지도 어느덧 40년이 넘었다. 지금은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농사를 짓는 틈틈이 이발관 문도 열고 있다는 임 대장에게 돈보다 사람사이의 끈끈한 정이 이발관을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이다.

임 대장은 “지금 이 자리에 이발관을 열 때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돈을 많이 벌었지”라며 “지금은 예전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어르신들도 있고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도 역할을 하고 있어 문을 닫지 않고 있다”고 웃는다.
10여년전 마을이장을 맡았던 것을 계기로 의용소방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임 대장은 2년여전부터 군서면의용소방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임 대장과 군서면의용소방대원들은 대원들에게 지급된 활동비용을 모아 한부모 가정을 찾아 아이들에게 신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화재발생 등으로 인해 소방대원이 출동하는 현장에 함께 출동해 화재진압 활동을 보조하는 의용소방대 앞으로 지급되는 활동비를 십시일반 모아서 봉사활동에 쓴 것.
임 대장은 “원래 의용소방대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있는 단체다”며 “큰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임 대장은 “우리 대원들에게 봉사를 하자고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응해줘서 할 수 있었던 일이다”며 공을 함께 활동하는 대원들에게 돌렸다.

거액의 기부금과 많은 물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임 대장과 군서의용소방대의 봉사도 결코 작다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마을잔치에서 한바탕 풍물놀이를 벌이던 때의 사진을 보며 “여기 사진에 나와 있는 양반들이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 많다”고 말끝을 흐리는 임 대장.
그는 오늘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만금이발관>의 문을 열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